머리말




이재임(외줄산책 편집장)


 

잡지 <외줄산책>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생각들을 모아 산책하듯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해보고자 만들어진 잡지다. 산책자는 마주치는 것들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고 관찰하는 자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하나에 몰두하다가 갈 길을 잊지 않고, 감정과 사념들에 휩쓸려 주저앉지 않고, 권위나 원칙에 무비판적으로 따라가지 않기를 바랐다.

 

창간호는 대학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는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었고 오랫동안 몸담아 온 곳인 대학이 죽어가고 있다는 데 절박함을 느꼈다. ‘탈대학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것은 대학을 벗어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자는 것보다는, 대학의 기능과 위치와 역할을 다시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였다. 이 모호한 제호를 권영민 선생님의 글이 잘 규명해주신 듯하다. 결국 대학의 바깥은 없으며 탈구축으로서의 비판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빌려 머리말에 적는다. 심기용 편집위원은 글에서 탈대학이란 대학의 폐기보다는 대학의 재전유가 되어야 한다고 적고 있으니 필진들 간은 물론 잡지 전반적으로 공유된 취지라고 할 수 있겠다.

 

글들은 각각이 어느 하루의 시간대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실었다. 그것이 분명히 드러난 건 첫 번째와 마지막 원고이고, 묘하게도 겹쳐 보이지만 다른 패배주의를 이 잡지의 전체 분위기로 가져오게 되었다. 박규민 편집위원의 대학 졸업이란 마치 무슨 꿈을 꾸긴 꿨는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게으른 오전과 같다는 묘사에서 시작해서, 늦은 밤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는 마지막 열차에 탑승해있는 지방대생의 이야기까지. 대학이라는 주제에는 필연적으로 어떤 슬픔, 좌절감이 깃들 수밖에 없는 듯하다. 두 번째 글에서 다룬 것처럼, 우리의 대학에서는 학내 언론 기구가 쓰러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대학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일 수 있지만, 서울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에서 고민하는 지점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보았고, 오히려 지방 대학에서 하는 고민들이 대학의 문제들을 더 잘 드러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시훈 선생님의 글은 한정된 지면에도 불구하고 (지방) 대학 및 (지방) 대학생과 한국 현대사와의 관계와 그 변화를 고찰하면서 대학과 지방대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하기도 한 김현진 편집위원의 원고는 서울 수도권 대학생들과 지방대생들이 어떤 출구를 앞에 두고 마주하고 있기만 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출구는 있는가? 하고 묻고 있다.

 

마냥 읽기 쉽지는 않지만, 필진들이 오랫동안 해온 고민들을 압축적으로 풀어낸 원고들이다. 독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듯 읽었으면 한다.

 



[필자 소개]


이재임

동국대학교 사학과 재학.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원 준비 중.

2014년 동국대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을 맡아 두 권의 교지를 펴낸 바 있다.



<외줄산책>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생각들을 모아 산책하듯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해보고자 만들어진 잡지입니다. 창간호는 대학을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탈대학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것은 대학을 벗어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자는 것보다는, 대학의 기능과 위치와 역할을 다시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가볍기만 한 글들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듯 읽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메일 : wonderinglee@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g/singleline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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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 [[특별연재]외줄산책:탈대학] - <외줄산책: 탈대학> 대학연구네트워크 연재를 시작하며


* 이 글은 외줄산책 편집위원회의 요청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센스로 배포됩니다. 라이센스를 위반한 무단 전재와 공유 등을 하실 경우에는 민형사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올해 진행된 2018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하이네 연구위원의 글을 특집 이슈 페이퍼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18 총학생회 선거 주요 사건/사고 (1)


하이네


 학생사회 최대 이벤트, 총학생회 선거가 막을 내렸다. 추석 연휴로 예년에 비교해 한 주 정도 늦게 진행된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충남대학교를 시작으로 연세대학교 재투표까지 약 한달 하고도 보름간 진행됐다. 총학생회 선거에서 주요 사건을 꼽아 간략한 관전평을 해보고자 한다.

 

정파선거  전남대, 한신대


 80년대 후반~90년대 초기 학생회 선거는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 양대 정파의 경쟁 구도였다. 하지만 학생운동의 퇴조로 운동 정파 선거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올해 전남대와 한신대 선거는 명맥만 남아있는 운동 정파 총학생회 선거의 둘뿐인 사례다.


 한신대학교의 경우, 총장선출 문제로 학생-학교 간의 극한대립이 있었던 관계로 <우리의> 선본과 <뉴페이스> 선본 모두 학내 민주주의와 관련한 공약을 세웠다. 학생회 운영 시스템 개선, 학교 측의 운영 개선 요구 같은 굵직한 공약을 내세웠다. 이 외에 선본 선전 활동도 굉장히 체계적으로 한 편이기도 했다. 선거 투표율이 낮았던 부분은 제외하면 비교적 무난하게 마친 선거다.


 전남대 선거는 <하다선본과 <대답선본의 경선으로 치뤄졌다. <하다선본은 전남대 총학생회 장기수권 경험이 있는 NL 계열 선본이다. <대답선본은 정후보가 청년좌파 활동, 부후보가 녹색당 지지 활동을 한 바 있는 후보다. 하지만 뜨거운 경쟁을 했다기 보다는,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대답선본측의 공약집과 자료집에서 <하다선본의 성향이 NL 계열이라고 하면서 선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거는 운동권이 싫은 학생들이 <대답선본을 지지하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학내 황색언론을 표방한 <프론티어측이 선거기간에 살포한 기사에서 소위 'NL=종북'이라는 논거를 사용하며 선거 보이콧을 주장하면서 선거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됐다. 하지만 결과는 <하다선본이 약 60%를 득표해 당선됐다.

 

선거 무산  한국외대와 가톨릭대


 한국외대와 가톨릭대 총학생회 선거는 몇 년 전부터 만성적인 선거무산을 겪었다.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학교 모두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특히 가톨릭대는 단과대학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마저 학생회가 서지 못해 중앙운영위원회 단위 모두가 비대위로 운영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표 또는 정족수  국민대, 경희대, 부산외대, 한양대


  반대표 또는 정족수 문제로 총학생회 선거가 뜨거워진 학교가 있다. 국민대, 경희대, 부산외대, 한양대 선거다.


국민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총학생회를 연이어 수권했던 계열의 3연 선거다. 하지만 정후보의 과거 활동에 대한 논란과 총학생회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이 발생했다. 정후보 ㅇ씨가 과거 학내에서 진행했던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 운동과 관련한 논란이 크게 작용했다. 해당 설문조사가 굉장히 부실하고 편향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해 선거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결국, 52%의 찬성률로 간신히 당선됐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찬성표 기준 66%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 정후보 ㅂ씨가 문과대학 학생회장 재직 시절 발생한 전임 학생회장들의 리베이트 의혹 제기사건으로 학내 반대파들이 많았던 점, 현임 문과대학 학생회장 ㄱ씨와의 갈등으로 선거기간 내내 대자보 공방전을 벌여 지지율이 추락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산외대는 개교 이래 최초로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정후보 ㄱ씨는 단과대학 학생회장 시절, 소속 단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점퍼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애초 설명과 달리 설명했던 것과 다른 제품이 지급됐다. 이에 대해 ㄱ씨는 업체가 잘못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업체 측은 ㄱ씨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고 맞섰. 결국 거짓말 논란으로 학생들은 반대표를 행사해 총학생회 선거를 무산시켰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한양대는 3년 만에 총여학생회 선거에 후보자가 입후보하면서 학내 논란이 발생했다. 총여학생회의 사업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가 같은 학생회 파벌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뜩이나 한 정파의 5년 장기집권으로 인한 피로감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투표 거부 움직임이 발생해 투표 정족수인 50%를 넘기지 못해 무산됐다. 

 

올해도 계속되는 성소수자 선본의 도전


  2016년 서울대학교를 시작으로, 2017년 카이스트, 연세대, 성공회대, 추계예술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선본이 당선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18년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계속됐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바람선본의 정후보가 바이섹슈얼(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 비록 선거 세칙 위반으로 자격상실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성소수자들의 도전은 계속된 셈이다




[연재취지문]


 <외줄산책: 탈대학> 대학연구네트워크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10월에 발간된 독립잡지 <외줄산책: 탈대학>(이하 <외줄산책>)은 이 시대 대학과 대학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는 잡지이다. 탈대학이라는 도발적인 부제가 달렸음에도 <외줄산책>은 대학 외부로 부터의 변화나 대학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다시 한번 새롭게 대학을 생각하기 위한 온기와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시대 대학은 쓸모없음의 쓸모마저 증명해야하는 수월성으로부터의 공세와 순수한 대학이라는 낡은 관념의 냉소 사이에서 무력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한때 대학을 가득 채웠던 배움과 탐구를 통한 해방과 자유에 대한 열정도, 세계의 변화를 위해 시대를 몸으로 받아내던 투지도, 사회적 역동성과 성공에 대한 활기도 지금의 대학에선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거대한 받아쓰기 학원과 패배와 냉소, 회의, 빚의 행렬 하지만 그런데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는 짜증 섞인 강박감이 우리의 대학 위를 부유하고 있다. 대학은 대학생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상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들 스스로가 그렇듯 가토 슈이치의 표현처럼 기계적인 노예의 삶, 아주 성공한 기계적 노예의 삶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누구도 우리가 거쳐 왔고 지금도 발 딛고 있는 이 공간의 퇴락에 대해 말하거나 묻거나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질문하고 비판하고 성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수용하기에 급급하다. 대학의 본령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대신 대학 포위한 수월성 우선주의와 타락한 실력주의의 신화가 이 물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지에 대한 물음보다 이것이 무슨 쓸모와 미래 소득을 주는지 모두가 그 질문에 매달릴 뿐이다.

 

  이처럼 퇴락하고 죽어가는 대학, 대학사회, 교육의 위기를 명분으로 한동안 많은 이들이 대학으로 벗어나기 전략을 대안적이라 여겨왔다. 김예슬 선언이 대표하는 대학자퇴 운동, 소장파 비전임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대학 외부의 지식과 학문을 위한 대안공간 운동 같은 것들이 바로 이 탈-대학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탈 대학은 대학 바깥에 해방구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대학을 둘러싼 거대한 인식의 지층들에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대학이라는 지층을 쌓기 위하여 투쟁해야 한다. 이 싸움은 구체적 전선도, 후방도, 적도 아군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강의실에서, 잔디밭과 카페의 테라스에서, 우리의 마음과 의식 속에서, 너와 나의 만남 속에서 지층을 새로 쌓고 기존의 퇴적층을 무너뜨리기 위해 싸워야 한다.

 

  <외줄산책: 탈대학>은 세상에 딱 200부만이 존재하는 아주 작은 독립출판물이다. 그렇기에 접하기도, 만나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지나쳐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출판물이다. 이에 대학을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대학연구네트워크>란 공간을 통해 <외줄산책>의 고민과 모색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연재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떠들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연재의 가장 중요한 취지이며 목표일 것이다. 이번 <외줄산책> 연재가 강의실과 잔디밭과 카페에서 함께 싸울 우리에게 공동의 발판이자 서로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가 되길 바라본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 <대학연구네트워크>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연재 될 <외줄산책>에 많은 응답과 관심을!


by 시훈

 

 

[연재 계획]

 

20171218머리말(이재임)

201712251. 실패한 인터뷰 몽상(박규민)

2018112. 이상과 현실 사이 그 이후(이재임)

2018183. 현장으로의 초대(심기용)

20181154. 외줄타기_대학 바깥은 없다(권영민)

20181225. 만들어진 2부리그(이시훈)

20181296. 없는 출구(김현진)

201825맺음말(이재임)

 

[외줄산책 소개]

 

<외줄산책>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생각들을 모아 산책하듯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해보고자 만들어진 잡지입니다. 창간호는 대학을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탈대학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것은 대학을 벗어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자는 것보다는, 대학의 기능과 위치와 역할을 다시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가볍기만 한 글들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듯 읽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메일 : wonderinglee@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g/singlelinewalk

 

 

[필자 소개]

 

박규민

1993년생. 서울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영문과 재학.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등단.

 

이재임

동국대학교 사학과 재학.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원 준비 중.

2014년 동국대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을 맡아 두 권의 교지를 펴낸 바 있다.

 

심기용

동국대학교 사학과 재학.

게이로서 살아가다가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참여하여 활동 중.

동국대학교 큗 초대 회장.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7대 의장.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공동저자.

 

권영민

작가.

대학원에서 현상학을 전공했다.

저서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 공저셀터스, 난민을 위한 건축.

서경식 선생의 내 서재 속 고전속 대담의 대담자 중 한 사람.

한국일보와 매일신문에 정기칼럼을 썼고, 쓰고 있다.

 

이시훈

대구에서 20대를 학생운동과 진보정당 언저리 라이프로 보냈다.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인문사회 독회 본색소사이어티 공동 창립자와 대표를 맡았다.

대학연구네트워크 공동 설립 제안자를 맡고 있다.

 

김현진

영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

학내 언론사인 영대신문기자로 1년간 재직.

인문사회 독회 본색소사이어티에 다년간 참여.

서울과 대구의 전시회에 다수 참여했으며, 경제적 독립 후 대구에서

페미니즘 공부와 예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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