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학생회! 1부 위기의 학생회

Ep.3 선거무산의 늪

 

특급 난이도의 최종미션, 선거


너무 어렵잖아... ㅠㅠ


학생회 집행부를 했던 경험이 있다면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이 시기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학생회 선거 때문이다. 1년 단위로 활동을 전개하는 학생회의 특성상 10월 중순에서 11월이 되면 차기 학생회장단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진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거리가 몰려들어오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고민거리는 선거 진행에 들어가는 집행력이다. 특히 학생회장단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여럿일 경우에는 선본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룰미팅을 두고 여러 차례 회의를 해야 되거니와 각 선본이나 학생들로부터 이의제기가 들어올 경우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기 위한 집행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투표 당일에도 무효표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선거에 참여하는 학우들에게 투표용지와 투표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고 투표함과 투표소를 지켜야 한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이것저것 들어가는 인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 고민거리는 선거 운영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단순히 집행력이 있다고 해서 선거를 잘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선본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고, 선본이 아닌 사람이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무효표가 많이 나와서 기껏 개표까지 했는데 선거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운영에 있어서는 원칙과 그 원칙의 적절한 적용,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니 더더욱 신경 쓸 부분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큰 세 번째 고민거리는 바로 선거무산의 압박이다. 앞선 두 가지 고민거리는 어쩌면 행복한고민거리일수도 있다. 아예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없어서 기존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미봉책으로 뒷수습을 한 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들어서는 것보다야 몇 주 동안 열심히 고생해서 번듯한 차기 학생회를 세우는 것이 훨씬 더 마음편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 중에서 학생회장을 맡으려는 사람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한때는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되던 총학생회장 선거마저 단선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니 선거를 앞둔 학생회 집행부의 고민은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선거무산이라는 늪


으아니! 챠! 왜 입후보를 안 하는그야!


사실 여러 가지 고민거리 중에서도 선거무산이 가장 큰 고민거리를 차지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한 번 선거무산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학생회가 다시 헤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 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집행력을 온존하기가 쉽지 않아서 다시 선거를 치르기가 힘들어진다. 학생회 집행부들은 학생회의 1년 활동주기에 맞춰서 자신의 학교생활을 조절한다. 예컨대 학생회의 일이 집중되는 기간에 맞춰서 휴학을 하거나 수업을 적게 듣는 식이다. 그런데 1년 주기를 적절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선거가 무산이 되면 집행부원들은 자동적으로 학교생활 계획에 혼선이 빚어지게 된다. 보통 10-11월 선거가 무산이 되면 기말고사와 방학 등의 이유로 겨울 동안에는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3월 개강에 맞춰 보궐선거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공백기 동안 기존 집행부원들이 각자의 사정(ex. 군대, 복학 등)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는 선거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한 집행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 차례의 선거무산은 다음 차례의 선거 진행에 필연적으로 부담을 준다.


다음으로 선거무산은 그 자체로 새로 시작하게 될 집행부에게도 부담을 안겨준다. 앞서 말했듯이 선거무산이 이뤄지면 보궐선거는 학사일정에 따라서 학우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3월에나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당선이 된 학생회는 당장 한 달여 남짓한 기간 동안 4월과 5월부터 시작되는 각종 행사와 사업들을 준비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3-4월에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연관된 연례행사들(ex. 여성의 날,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 세월호 참사,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메이데이 전야제 등)이 있고 이외에도 중간고사를 대비한 복지 사업들(ex. 간식행사, 독서실 대관 문제 등)을 준비해야 한다. 5월에는 축제기간이 돌아오므로 이에 맞는 사업들(ex. 주점 사업 등)을 또 준비해야 한다. 당선된 지 채 한 달조차 안 돼서 몰려드는 사업들과 씨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러니 양질의 사업을 준비하기가 힘들어지고 학생회의 1년 사업주기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시무시한 상황은 앞선 두 가지 문제들로 인해서 계속해서 번번이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다. 3월 보궐선거에서조차 입후보자가 없거나 선거가 무효가 되는 바람에 선거에 대한 학우들의 불신이 심화되고 긴 시간 동안 학생회의 자리가 공백이 되는 경우다. 이 공백이 끊임없이 길어질 경우에는 한 학과, 한 단과대, 심각한 경우에는 총학생회의 맥이 끊기는 경우조차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학생들은 학교당국과 협상하고 교육권과 관련된 의제들을 전달할 창구를 잃어버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학생자치기구들은 학생회가 새로 서지 않을 경우에 비대위를 운영한다. 기존의 집행부나 학생회에 소속된 학생들 중 일부가 모여 학생회의 기능을 하는 임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각주:1]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의 가장 큰 단점은 학생들로부터 승인된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활동에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며 그만큼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의욕이 감퇴될 수밖에 없다. 결국 비대위는 한시적으로는 학생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선거무산은 이처럼 한 번 그 늪에 발을 들이면 학생회에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하며 학생회의 전체 사업주기에 지대한 부담을 가져다준다. 그러면 도대체 선거무산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선거가 흥하지 못하고 망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크게 학생회 집행부 내적인 측면과 외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먼저 집행부 외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집행부 외적인 측면은 주로 입후보의 문제와 관련된다. , 아예 입후보를 하지 않아서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에 대부분의 원인은 집행부 외적인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각주:2] 이것은 앞선 두 에피소드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경쟁이 심화되면서 학우들에게는 학생회와 같은 여분의(extra)’ 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여기서 활동을 여분의것인지 아니면 핵심적인것인지를 나누는 것은 구직활동에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이다. 그래서 같은 동아리라도 사회과학학회는 보통 여분의 것이 되는 반면 가치투자학회는 핵심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학생회는 여분의 활동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학우들이 직접 나서서 집행부를 꾸리거나 학생회장단이 되려는 의지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학생들의 무관심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것이 일종의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학생회 집행부를 고립시킨다. 그리고 고립된 학생회 집행부는 외부로부터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활동의 보람도 느끼지 못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고통을 받는다. 이렇게 고립되어 고통 받는 학생회 집행부를 보면서 그나마 실낱같은 관심을 갖던 학생들조차 고개를 내젓는다. “어휴, 학생회가 저렇게 고생하는 일이구나. 나는 못하겠어.” 결국 학생회장에 입후보할 사람은 더더욱 적어지고 학생회의 기능적 쇠퇴 속에서 무관심이 확대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 기억날 것 같은데... 뭐였더라...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다면 집행부 내적인 측면은 무엇일까? 이 부분은 주로 선거운영의 미숙함과 연결된다. 이 부분은 정말로 기술적(technic)인 부분인데 학교마다 선거운영에 관련된 회칙은 다 다르니 추상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해보자. 왜 선거운영의 미숙함이 발생할까? 답은 간단하게 나올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회에게 선거운영은 '생소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운영되는 기간 중에 비교적 여러 차례 시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해볼 수 있는 각종 형태의 사업들(ex. 강연사업, 간식사업 등)과는 달리 선거는 한 학생회가 단 한 번 치루는 사업이다. 그러니 익숙해지거나 요령이 생기길 기대하기는 무리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1년이라는 기간이다. 선거를 한 번 치르고 나면 1년 동안은 선거를 진행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바로 이 1년이라는 기간은 지난 선거의 기억들을 흐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막상 선거 준비 기간에 닥쳐서 선거에서 어떤 점들이 문제로 제기되었는지, 선거를 운영할 때 어떤 것이 좋은 모범사례인지 등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기억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특히 선거운영은 허겁지겁 바쁘게 움직이는 일들의 연속이고 그러다보니 문제점들을 정리하여 아카이빙을 할 여력도 부족하다. 특히 선거를 마치고 나면 학생회 구성원들은 이제 학생회 활동으로부터 떠난다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더더욱 선거에 대한 인수인계는 소홀히 되기 쉽다. 결국 대부분의 학생회들이 백지부터 새로운 글을 써내려가는 마음으로 선거 운영에 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상황과 조건에 따라, 집행부에 학생사회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선거 운영이 복불복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다면 집행부 내외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선거무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정책 패키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학생회의 모든 문제들이 사실 이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문제들을 이루고 있는 측면들이 워낙 복합적이기에 하나의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완화시킬해답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먼저 첫째로 선거와 관련된 학우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공론장의 형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우들의 무관심은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조건의 영향 아래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회가 소통에 둔감하다고 여겨진다면 이는 무관심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혹자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집행부는 집행부 회의도 공개해놓고 오프라인 공청회도 여는데요? 여기에는 주로 두 가지의 맹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오프라인 의견수렴에는 오늘날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바쁘다. 학생들마다 각기 다른 과외 및 알바 일정, 동아리 일정, 각종 활동 일정들을 고려하는 가운데 가장 참여율이 높은 날짜와 시간대와 장소를 콕 집어서 오프라인 회의를 잡기란 쉽지가 않다. 결국 온라인 의견수렴의 장이 병행이 되어야만 한다


둘째로 모든 의견수렴은 백지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거시적인 주제나 큰 틀만 잡아놓고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 학생들에게 묻는 것은 사실 전혀 의미가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은 사업의 구체적인 기획에 투여되는 수고로움을 학생들에게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연히 아무도 그런 불분명하고 무엇을 답해야할지 모르겠는 열린 질문에 답변하는 수고로움은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학생회가 준비하는 사업들의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방안들을 놓고 이것이 좋은지 아닌지, 안 좋다면 어디가 안 좋은지를 두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인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때는 구체적인 방안이 응답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짚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는 홍보물 매수에 제한을 둘 건데요. 이것은 입후보자들의 소득수준의 차이가 곧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그렇다면 애당초 선거공영기금을 마련해서 그 안에서만 선거운동에 필요한 돈을 쓰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학생들에게 백지를 내놓고 채우라는 식의 의견수렴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귀찮은 과제를 하나 더 내주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비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론장을 형성하는데 주력하되 그만큼 선거운영의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서 학생회가 준비를 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찬반의 양론이 나뉘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토론 끝에 완성되어가는 선거 과정을 만들어진다면 적어도 차게 식었던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릴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도 기록이 정말 중요하다


문제는 그러면 어떻게 구체적인 선거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것은 아카이빙과 평가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론(正論)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이를 평가로 남겨두어야 한다. 특히 속기록의 형태로 구구절절이 길게 문건을 남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 상황들과 그에 대한 학생회의 대응을 중심으로 요약된 자료가 필요하다. 이런 자료들이 남아있어야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도 학생회가 선거를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지반이 마련이 된다. 특히 과거 한 차례 발생했던 문제가 몇 년이 지나서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학생회는 아카이빙 자료들을 바탕으로 학생들 내지는 선본과 선거운영방식을 토론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들을 구성할 수 있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카이빙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이번 선거운영 방법은 이러저러하게 구성했습니다.”라는 분명한 시작점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를 준비할 모든 학생회장들을 응원하며


선거무산만큼 학생회를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없다. 특히 이런 문제가 2010년대를 지나면서 더더욱 불거졌다는 점은 학생회가 위기에 처했다는 징후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학생회의 존립 자체를 포기하는 쉬운 답을 택함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발밑에 존재하는 사실들로부터 구해질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참고할만한 기록도 자료도 선배도 찾을 수가 없다면 최소한 우리부터라도 그 사실들을 남겨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향해 전진했고 얼마만큼 성공했는지, 얼마만큼 실패했는지를 기록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 기록들을 나침반 삼아 항해할 뒤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또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각주:3]


By 미미





  1. 혹은 단과대학처럼 여러 개의 학생단위가 모여서 이룬 단위의 경우에는 개별 단위의 대표자들의 연석회의체가 비대위가 되기도 한다. [본문으로]
  2. 물론 학생회 집행부가 하는 꼴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학생회에 대한 기대감이나 신뢰가 뚝 떨어진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오로지 이 부분이 문제라면 오히려 학생회를 바로잡기 위해 출마하는 학생들의 경우를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더 큰 차원에서 학생회장이 되기 싫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본문으로]
  3.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최악을 향하여(Worstward ho)』 중에서 [본문으로]



2017년 09월 12일 이슈페이퍼(제4호).pdf



새로운 한 학기를 시작하는 초입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시는 경제적 이유로 학습권을 박탈당하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버리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고등교육 정책에서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9월 첫 이슈 페이퍼를 시작합니다.




목차



- 주요 뉴스


1. 전남 장성 모녀 등록금 등 경제 사정 비관 자살 사건(08/29) 


2. 교육부, 2018년도 고등교육 분야 예산안 발표... 0.2% 증액에 그쳐(09/05) 


3.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입학금 폐지와 재정지원방안 연계하여 전향적 검토키로... 등록금 자율인상 요구(09/09)

 

4. 대학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필요성에 의문 제기(09/03)

 

5.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하위대학 2차 이행 점검 마무리, 25개 대학[각주:1] 재정지원제한(09/04) 


6. 끝나지 않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논란... 11일 인사청문회


7.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 특혜 해외 연수 논란(09/06)


8. 청주대학교 비행교육원 성추행 폭로(09/05) 


● 폐교대학 학생들, “불안해 잠도 못 자”(09/03, 한국대학신문)



- 투쟁 현장 


1. 서울중앙지법, 서울대학교 점거 관련 학생 징계 조치 효력 중단 가처분 인용(09/05)


2.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 교육대학교 릴레이 동맹휴업 돌입(09/06)


3. 고용노동부, '조교, 근로자 인정' 지도감독 방침(09/07)

  1. 1.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당시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중 25개교에 교육부에서 올해 추가로 평가를 진행한 1개교가 합쳐져서 총 제한 대학 수는 26개 대학이 맞습니다. 다만 목차에서는 연합뉴스의 기사 제목에서 언급된 '25개'를 따랐습니다. [본문으로]


살아남아라! 학생회!

Ep.2 “운동을 떠난 학생회는 불가능할까?” 어느 방랑자의 고백


나는 소수의 인원을 갈아 넣고 고통에 빠트려서라도 

학생회가 존속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 《살아남아라! 학생회!》 Ep.1 "왜 살려야 할까?" 중에서

 

들어가며


 이제 학교가 지겹다. 아니, 정확히는 학생사회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겹다. 그런데 그만둘 수 없다. 이유는 모른다. 입학하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그 전해에 구성되지 못한 학생회 선거를 뛰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아주 약간의 의심만 있었더라도, 아니 왜 학생회장이 안 뽑혔는지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5년이란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쓸 수 있었을 텐데, 19살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이제 더 이상 우러러 볼 선배가 없는 5학년이 되었고, 술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서 건강도 망가졌다. 이룬 것은 없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많이 흘러버렸다.

 

  이전 글에서 포포는 “소수의 인원을 갈아 넣고 고통에 빠트려서라도 학생회가 존속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왜 학생회를 살려야 하는가?’ 그러나 나는 그 앞의 전제조건에 대한 고민을 던져보려 한다. ‘운동을 떠난 학생회는 불가능한가? 그리고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학생회가 아니어도 우리의 운동은 계속될 수 있고, 계속되어만 한다고.

 

  만약 당신이 속한 학교에서, 당신의 공동체(단대, 학과 등)에서 당신이 속한 모임(조직)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 이 글을 가볍게 스킵하기 바란다. 이 글은 학생회의 재생산조차 해내지 못한 어느 방랑자가 학생회를 떠나서 고군분투한 기록이다.


학생회가 운동 그 자체인 시대는 지났다


비록 선배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학생회지만 학생운동의 헤게모니가 사라진 지금

운동으로서 '학생회'라는 양식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입학하자마자 학생회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동기들로부터 ‘너 운동권이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운동권이었고, 그 정체화에 약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운동권이며 내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최근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 학생회의 주류들은 달랐다. 비슷한 질문에 그들의 답변은 ‘부정’ 또는 ‘요즘 세상에 그런 도식은 무의미하다’는 등...의 모호함으로 일관했다.

 

 이 연재를 시작하며 ‘본래 학생회는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으로서 학원민주화운동과 함께 시작된 단체입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학생회는 태생적으로 ‘운동적’ 요소가 있음에도 요즘 보면 ‘우리 운동권 학생회에요~’라며 당당히 말하는 학생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단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 속한 대학의 총학생회는 분명 운동권임에도 본인들은 운동권 총학생회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실제로 내가 속한 모임의 새내기가 총학생회장과 밥을 먹으며 ‘듣기로 이번 총학생회 운동권이라던데...’라고 얘기를 꺼내자 그 총학생회장이 양손을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학생회의 지속적인 수권을 위해서 위에 언급한 운동권 부정과 모호한 입장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동권은 학생회 수권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내기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재 스스로의 공간에서 마주치고 있는 학생대중의 뿌리 깊은 운동 혐오 정서를 돌파해낼 수 없다면, 왜 꼭 축제기획, 민원처리 등으로 활동가들의 역량을 소모해가면서까지 학생회 수권에 목을 매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10학번이 아직까지 군대도 못가고 학생회에 남아서 집행부를 하고, 07학번이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와서도 학생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들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탄하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학생회를 수권해야 하나?’ 묻고 싶다.


우리의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는 필요하다?

 

학생회를 할 수록 늘어나는 건 희망이 아니라 뱃살이다(...)


우리 모임은 ‘학생회’의 재생산에 실패했다. 별 탈 없이 무난하게 2년간 잘 했음에도 그렇다. 학생회 재생산에 실패한 후 우리 모임은 학생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했고, 학교에 홀로 남은 나는 학생회는커녕 당장 모임의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선배들이 원망스러웠다. 왜 학생회를 해가지고...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러나 누구나 주지하고 있듯이 학생회는 망하고 있고, 그 ‘망함’의 형태는 사람이 안 모이고, 유의미한 의제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달력사업[각주:1]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 학생회를 통해서 학생대중과 호흡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학생대중은 운동적인 의제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아니 조금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야유를 보낸다. 학생회를 찾아와서 함께 하고자 하는 집행부들은 어찌어찌 구해진다 할지라도, 당장 우리 집행부들을 조직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 아닌가? 집행부조차 해당 학생회의 운동적 가치나 미래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학생대중을 만나겠다고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학생회는 바쁘다. 임기 시작하자마자 중앙단위는 등록금심의로 바쁘고, 산하 단위들은 새로배움터 준비로 바쁘다. 이뿐인가? 축제, 농활, 개강, 종강, 전학대회, 확대간부수련회 등 학생회의 명맥이 유지되는 이상 포기할 수 없는 ‘관례적인’ 사업들이 많다. 운동적으로 유의미한 실천을 하고자 하는 학생회 관계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앞서 언급한 사업들을 위해서 소모되고 있다. 저 사업들을 통해 약간의 운동적 가치를 전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운동적 가치는 전혀 없거나, 그 아주 약간의 운동적 가치에 조소를 보내는 학우들을 접하게 된다. 이쯤 되면 다시 물어봐야 한다. 정말로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 학생회가 필요한 것인지. 학생회를 통해서 단순하게 지인이나 관계자를 많이 만드는 것을 넘어선 조직의 재생산이 가능은 한 건지 다시 물어봐야 한다.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는 활동가들을 관례적인 사업에 투입함으로써 그들의 운동적 실천이나 역량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1994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민중가요와 몸짓은 '이상한 문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는 남들보다 조금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다. 17살부터 시작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내 자그마한 헌신은 그만큼 일찍 지치게 했다. 19살, 동기 새내기들은 수습집행부를 할 때 나는 새내기지만 국장을 맡았고, 20살엔 속한 모임에서 사실상 리더가 되었다. 21살엔 학생회내 모 특위 위원장이 되었고. 나는 지쳤고, 도망치고 싶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는 응당 많은 로망을 가지고 대학생활의 첫발을 내딛는다. 미팅을 꿈꾸기도 하고, 선배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선배 밥 사주세요~^^’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도 싶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는 날엔 공기 좋은 공원에 가서 낮술도 하고, 공강 날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도 싶다. 그런데, 학생회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것이 사치다. 크게는 세상의 진전, 적게는 학생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 끊임없는 ‘자기희생’이 강요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학생회는 학생대중과 호흡하며 그들을 조직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해에 학생회를 함께하자며 나보다 6학번 위인 선배가 내게 해준 말이다. 물론 나는 그 선배가 속한 조직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와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 말은 꽤 오랜 시간 내가 학생회에 자발적으로 나를 갈아 넣을 동력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딱 2년이었다. 2년 동안 학생회에 나를 갈아 넣고 나니 같은 모임의 선배들이 모두 학교를 졸업했고, 내게 남은 건 3학년이지만 여전히 모임의 막내라는 난센스와 학교에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이었다.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는 필요하다고 한 선배들은 떠났고, 동지는 간데없고 홀로 깃발만 지키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고난의 행군, 황무지 개간 그리고 수확

 

 27개월. 학교에 혼자 남은 1인 모임 상황에서 새로운 신입이 들어올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대자보를 붙이고 각종 연서명에 함께했다. 심지어는 외국에 교환학생을 가 있는 동안에도 외국에서 대자보를 작성해 과 후배를 동원해 인쇄랑 부착까지 부탁했다. 그렇게까지 하다 보니 이제 어느덧 15명이나 되었다.  

 

  학생회를 버리고 난 운동은 분명 고통스러웠다. A1 사이즈로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던 대자보의 사이즈가 A3까지 줄어들었고, 한 건물에도 두어 장씩 붙이던 대자보를 한 건물에 한 장씩 붙이는 것도 참 부담스러워졌다. 컬러로 포스터 뽑을 돈이 없어서 애초부터 포토샵으로 흑과 백 두 색으로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자유로웠다. 그놈의 ‘학생대중’이 두려워서 쓰지 못했던 성명서도 맘껏 쓸 수 있었고, 그 어떤 운동적 의미도 찾을 수 없던 축제의 연예인 섭외나 시험기간 간식 사업 등에 우리의 역량을 소모하지 않았어도 되었다.

 

  ‘이게 전망이 있나?’라는 의심도 있었지만, 사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나의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홀로 이 운동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우리 모임의 존재를 알려내고, 남들이 말하지 않는 공동체 내의 불편함을 공론화하고, 우리 모임의 목소리와 함께 해주는 이들을 확보해나가는 것만이 척박한 토양의 학교에서 생존해나가기 위한 최소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처음엔 이 길이 맞나 싶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멜로디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 이쯤 되면 그만둬야지 싶을 때가 돼서야 신입이 들어왔다. 그 신입과 함께 또 다른 사업을 벌이고, 그 사업을 통해서 또 다른 신입이 들어오고, 그 과정을 몇 번을 반복하다보니 이젠 15명이 우리 모임과 함께하고 있다.

 

운동을 버리고, 학생회를 살려라

 

운동은 새로운 플랫폼을 찾고 학생회는 학생회 고유의 가치를 찾자


  앞의 많은 내용에서 본인은 학생회를 버려야 운동이 살아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 수권이 필요하다던 지난 세월동안 이어져왔던 전술이 이미 실효했으며, 오히려 학생회 운영에 수반되는 달력사업으로 인해 우리 운동의 역량을 갉아먹고 있기에, 학생회라는 껍데기를 버리는 것이 우리 운동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반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학생회’를 살리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말이다. 사실 답은 나왔다. ‘운동’을 버리면 학생회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대학사회에서 흥행하고 있는 동아리나 소모임을 보면 대게 일치되고 있는 2가지 특징이 있다. 밴드부나 축구동아리처럼 ‘즐거움’이 있거나, 취업동아리나 브랜드 서포터즈처럼 ‘스펙’이 되는 공동체들은 이 척박한 상황에서도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학생회가 왜 즐거움이 사라지고 스펙이 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보면 대게 학생회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운동적’ 색채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학생회가 운동적 정체성을 지우려는 시도 또는 감추려는 시도는 이미 다양한 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많은 학생회도 이를 인지하고 수습 집행부 모집 공고나 홍보에 있어서 운동의 색채를 지우고 ‘선배와의 돈독한 관계’를 얘기하거나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놀기도 잘 논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회들이 스스로가 운동권이라는 점을 부인하거나, 실제 운동권이 아닌 이들이 학생회를 수권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원대나 동국대의 사례처럼 학생회가 ‘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어용’에 가깝다는 본인의 주관적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분명 우리는 운동을 떠난 학생회 조직들이 ‘어용’으로 전락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학생회가 운동을 버리고, 운동이 학생회를 버리라는 얘기가 곧 운동과 학생사회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학생사회와 학생회는 다르고, 학생회를 떠나도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학생회 조직들이 ‘어용’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바로 그 때가 운동을 필요로 하는 시기다. 실제 수원대의 경우 자생적으로 생겨난 ‘수원대학교 프리미디어’라는 자치언론이 지속적으로 학생회를 견제하다 올해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이 출범하여 ‘총장 비리’를 비롯한 학내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치며. 학생회를 버리고 광야로 나가자

 

  나는 2017년의 학생회가 이제 더 이상 운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학생회 수권이 핵심 활동가들에게 좋은 경력으로 남을 수는 있겠지만, 어디 운동이 ‘스펙 쌓기’던가... 운동을 지향하는 학생조직들이 지난 세월 ‘학생회 수권’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만큼 우리의 운동이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요즘 우리의 대학에서 운동적인 의제를 던지고 확산시키는 주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주체들이 학생회던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동적 의제를 던지고 그 의제를 위해서 헌신하는 이들은 대게 학생회보다는 운동 조직, 학회, 내지는 소모임들이다. 여성주의 소모임들이 지난 몇 년간 대학 내 확산시킨 여성주의 의제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운동을 떠난 학생회는 위험할지도 모른다. 등록금심의나 공간,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교와의 충돌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운동을 떠난 학생회가 제 역할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제 역할도 잘 못하는 학생회는 학생대중의 판단에 따라서 재생산에 실패하여 도태되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운동권이라면 딱 한 가지만 기억하기를 바란다. 학생회를 버리고, 우리의 운동을 살리자. 학생회가 잘못 가고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학생사회를,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니는 학우들을 믿자. 우리가 학생회와 함께하지 않아도 우리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주는 학우들이 있을 것이고, 학생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면 우리의 운동을 통해 학생회의 기조를 바꿔 낼수도 있다.

 

  학생회를 버리면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홍보비라는 명목으로 학생회비로 뽑아내던 포스터도, 아주 가끔 붙이는 대자보의 인쇄비용도, 24시간 우리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하던 학생회실도, 수습집행부를 모집하면 꼬박꼬박 들어오던 새내기들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학생회를 버리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운동적 실천에 앞장설 수 있다. 박근혜가 싫으면 박근혜가 싫다고 대자보를 붙이고, 문재인의 정책이 싫으면 싫다고 성명서를 내고,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가고, 그 무엇이든 연예인을 초청하는 축제 업무에 치이는 것보다는 유의미한 실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운동과는 괴리된 집행부가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미래와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동지’들이 만들어지고, 또 다시 그들과 유의미한 실천들이 가능해지진 않을까?

 

  우리 이제 운동을 떠난 학생회, 학생회를 떠난 운동권을 상상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우리의 학생회를, 우리의 운동을


by 미네노

  1. 달력사업: 새터, 등심위, 농활, 축제 등 학생회가 관례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을 표현하는 은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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