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집중연재 : 대학 안의 노동 2편

2018년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며

윤회│고려대학교

 

희망찬 새해를 이야기하기 어렵기만 했던 2018년의 1월이었다. 고려대학교 학교본부는 2017 12 21일, 학내 청소노동자 중 정년 퇴임자 10명의 일자리를 단기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적정 노동자 수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뒤엎는 통보였다.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기존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만이 반발의 이유는 아니었다. 학교의 통보는인원 감축을 통한 학내 청소 노조의 힘을 약화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도 했다. 노조 측의 이와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학교는 단기 알바 투입을 강행하였다. 노조는 맞서 싸웠다. 학생들도 함께 나섰다. 2018 1 2 새벽부터 고려대학교의 7개 건물에서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동이 트기 전부터 피켓을 들고 날마다 3시간에 걸친 선전전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단기 알바 업체 직원들이 건물에 들어올 수 없도록 몸싸움마저 벌여야 했다. 선전전은 같은 달 30일, 양 측이 합의를 이뤄내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정말이지 희망찬 새해를 이야기하기 어렵기만 했던 2018년의 1월이 해야겠.

 

3700억 적립금의 재정난

고려대학교 학교 당국은 위와 같은 통보의 이유로 재정난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재정난을 일으킨 원인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등록금 동결을 지목하였다. 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정년 퇴임자의 자리를 단기 알바로 대체할 경우 예상되는 연간 비용 절감 효과는 몇천만 에 불과하다. 학교 당국의 재정난 호소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도 반복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학생 등록금 동결로 인해 노동자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각각의 테이블에서 내세운 셈이다. 이 정도면 학교의 협상 기술을 노학 양면 전술로 부름 직하다. 물론 고려대학교 적립금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면,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에 이어 국내 4위로 3700에 달다. 어쩌면 이 모습이야말로 작금의 대학 행정이 교육보다는 경영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인지 모른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이 기존의 수익분을 충당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고용 불안, 저질 일자리 양산, 노조 약화를 앞장서서 자행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물론 이 모든 풍경이 생경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고용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학내 노동자 사안에 앞장서서 연대해온 학생 단체인 고려대학교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이하 학대위)의 구성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고려대학교 학교 당국이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악질 고용주의 행태를 저질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다.이번에도 학대위 구성원들은 학내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투쟁을 진행하였다. 새벽 선전전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학내 의제 활성화를 위해 각 단과대 학생회를 돌며 간담회를 진행하고 대자보를 작성하였다. 또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차원의 견해 표명을 위해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하게끔 하였고, 그를 통해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결의문이 발표되고 이틀 후 학교 당국은 정년 퇴임자 자리를 단기 알바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타협을 제안하였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결의문이 실제로 학교 당국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며, 학생사회의 섣부른 승리감은 경계해 마땅. 그러나 양대 노조가 연대해서 같이 싸울 줄은, 학생들이 이 쟁점에 이렇게나 연대할 줄은 몰랐다는 학교 측 실무자의 말처럼, 적어도 학생들의 연대 협상 중 노조 측 주장의 든든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마침내, 1월의 끝에서 고려대학교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작은 승리를 맛보게 되었다.

 

절반의 승리, 그럼에도 얻은 것들

투쟁하는 당사자들의 요구가 관철되었다는 지점에서 고려대학교 투쟁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다. 다만, 완전한 승리라 평하기에는 아쉬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빠지고 지속적으로 강구한다는 느슨한 문구에 그쳤으며, 신축 건물에 대한 협의는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다. 그럼에도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던 학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다는 지점은 오롯이 평가받아야 마땅다. 고려대학교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노동자 투쟁이 전개되고 있기에, 이러한 승리가 대학가 노동자 투쟁 전반에 가져올 긍정적 여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다.

시선을 고려대학교 내부로 집중하여도 이번 승리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영향이 존재한다. 여전히 고려대학교 학내에서는 수많은 행정이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 없이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외국인 등록금 인상은 그다.현행 구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는 학생들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 결과 작년 간신히 막아냈던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이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끝끝내 통과되었다. 등록금 문제가 이러한데, 다른 분야라고 소통이 이뤄질 리 없다. 수강 신청 제도나 전공과목 개설 등 교육권 제 역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만다. 런 상황 속에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싸웠던 1월의 기억은 승리의 경험치이자 투쟁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다. 완전한 승리는 아닐지라도, 2018년 학내 민주주의는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3월, 투쟁은 이제 시작

우리는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초입에 서 있다.  말인즉슨, 노조의 단체 교섭과 학생회의 교육권 투쟁 역시 점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많은 학우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해야 할 때다. 고려대학교 교정에 다시 한번 승리의 함성이 들릴 수 있을까?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1월의 투쟁과 승리는 노조와 학생회 모두에게 상황을 아주 조금, 그러나 동시에 분명하게 바꿔놓았다.

단기 집중연재 : 대학 안의 노동 1편

근로장학생, 우리 곁의 우리

호준│한양대학교

 

“2014년 한국대학교에 입학한 A , 파릇파릇한 새내기로 입학해 3학기를 마친 후 곧바로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에 입대했다. 20177월 막 제대하고 학교로 복학하려는데, 학기 중간에 복학하려니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국, 복학은 하지 않았다. 놀지 말고 알바나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켜고 알바채용사이트를 뒤지면서 친구들한테 알바자리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몇 분 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학교에서 오 문자로 교내 근로장학생 채용공고를 보았는데, 시급도 6500원으로 나쁘지 않고 학교에 나와서 일하는 거니 학교 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조금 편하지 않겠냐며 지원해보라고 한다. 8시에 나와서 오후 3시까지라고 하니 저녁에는 토익학원을 다닐까 고민하던 내게 딱 맞는 근무시간이다. 이날 바로 지원했고, 결국 합격해서 91일부터 중앙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친구들이 나한테 요즘 뭐하며 지내느냐고 물을 때 나는 요즘 근로 장학해.’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이게 알바인지 장학생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는 일을 보면 그냥 알바인 것 같은데, 돈이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 장학생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위 이야기는 현재 한국대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1인칭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발표 수업을 진행하는데 프로젝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 소모임(동아리) 행사 진행을 위해 강의실을 대여할 때, 중앙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당신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교직원이 아니라 근로장학생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학교는 근로장학제도를 활용해 근로장학생들에게 업무를 분담시키고 있죠. 심지어는 한국장학재단과 연계하여 교외로 근로장학생을 파견하기도 합니다. 근로장학생은 학교로부터 근로장학금을 받는 학생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휴학생이든 재학생이든 모두 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학생인 것이죠.

 

내일부터 그만해

올해 25일 한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2017학년도 동계방학 집중근로에 참여한 85여명의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학생지원팀으로부터 ‘26일 자로 업무를 종료해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장학재단의 지원 국고 분이 예상보다 일찍 소진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예산이 다 떨어졌으니 내일부터 그만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 2018년도 국가 교육근로장학 선발에 우선추천 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동국대학교 총학생회가 학생지원팀을 방문하여 자세한 사정을 문의하자 학생지원팀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지원되는 국고로 진행하는 교외국가근로장학이 기존 근로장학생들의 저조한 출근율(휴무 또는 중도퇴직 등)으로 최근 3년간 지원받은 금액의 70%만 진행되었고, 매해 30%가 남는 것이 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올해부터는 기존 인원보다 추가 선발하였는데, 올해 갑자기 출근율이 올라가며 국고예산을 초과하는 지출이 발생하자 급하게 업무종료를 통보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일은 지난 2011년 숙명여대에서도 발생한 바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20118월에 선발한 2학기 근로장학생 100명을 동국대와 같은 재정부족 문제로 9월 한 달만 운영하고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장학금으로 등록금 분납과 생활비 등을 충당하던 학생들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어 논란이 발생했었죠. 근로장학생은 이처럼 당장 내일부터 그만둬라는 문자 또는 이메일로 해고되는 존재입니다.

 

근로장학생, 근로기준법은 어디로?

근로기준법 제21항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나온 한국대 학생의 이야기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학우는 분명 돈을 벌기 위해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으니 노동자임이 분명합니다.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라고 규정할 수 있게끔 하는 이 근로기준법은,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근로계약서 작성 등의 과정에서 꼭 듣게 되는 단어입니다. 근로조건의 최소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이 법은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 명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금지, 주휴수당 지급, 급여명세서 지급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로장학생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제공받고 있을까요?

2014년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7개 대학 가운데 20개 대학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지급하고 있고, 심지어는 1000원대 시급을 지급하는 대학도 4곳이나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조금씩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고려할 때 연도가 바뀌면 1월부터는 더 높아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지만 대학의 예산은 3월을 기준으로 편성된다는 이유로 3월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최저임금과는 상관없이 근로장학생들의 시급을 이전 연도와 같이 적용하는 대학도 많았습니다. 최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휴수당 등 수당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동국대와 숙명여대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금지라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내일부터 그만해라는 일방적인 통보 앞에서 무력한 상황입니다. 선발인원이 고무줄처럼 유동적이고, 당장 내일부터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은 개별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선 심각한 노동 불안정성의 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근로장학금을 받아 등록금을 분납하고 있거나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학생에게 이러한 고용불안은 학업과 생존을 모두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대학에서 근로장학생의 노동안정성은 노동유연성의 극단을 달리고 있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최소한의 근로조건마저 무너져버렸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1970년의 전태일 열사의 절박한 요구가 2018년의 대학가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셈입니다.

 

근로장학생, 어떻게 뽑나?

비록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근로장학생이지만, 근로장학생은 교내(또는 인근)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여전히 꿀알바로 통합니다. 그런 만큼 많은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고 있죠. 그렇기에 동국대 학생지원팀의 2018년 국가 교육근로장학 선발에 우선추천하겠다는 발상이 더욱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근로장학생이 어떻게 선발되는지는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필자의 근로장학 경험을 먼저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약 3개월 정도 필자가 다니는 대학의 중앙도서관에서 근로장학을 한 바 있습니다. 해당 근로장학생 선발 공고는 중앙도서관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홈페이지에 모두 올라왔었습니다. 사전에 알고 있지는 못했으나 알아보니 근로장학생 선발을 담당하시는 교직원은 제가 학내언론 활동 시절 몇 차례 대면한 바 있는 분이었고, ‘아는 사이라는 이유로 면접 없이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는 제가 그만둘 것을 예고한 이후, 후임자를 제가 직접 골라 추천한 바 있습니다. 제 사례를 통해 모든 대학이 다 이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주위의 여러 증언을 종합해보자면 이렇게 알음알음 아는 사람끼리 근로장학생 자리가 순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동국대 학생지원팀의 2018년도 국가 교육근로장학 학생 선발에 우선추천 하겠다는 발상에는 근로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학생지원팀이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지배력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선발 조건이 명확하지 않고 선발과정도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교직원과 친한 학생들이 주로 선발된다는 소문은 근로장학생 선발에서 탈락한 학생들에게 박탈감만을 선물하고 있을 뿐입니다.

 

노동자와 장학생 사이?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 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한 결과, 근로장학금은 근로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명목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학교의 근로장학생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6년에도 한남대와 충남대 학생들이 근로장학금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 질문하자, 대구 지방노동청 안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은 근로장학금이 단순히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 아니라 명목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어서, 이들 근로장학생들을 대학교의 지휘·감독하에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학교는 근로장학생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던 것입니다. 학교가 근로장학생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법 조항을 개정하거나 고용노동부의 근로장학금에 대한 기준이 바뀌어야 합니다.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정부도 부처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9년 민주노동당이 기획재정부에 근로장학금이 근로소득인지 아닌지를 묻자 기획재정부는 근로장학금은 대학생이 학교 내외의 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므로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용노동부는 지속적으로 근로장학금이 단순히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 아니라 명목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어서, 이들 근로장학생들을 대학교의 지휘·감독하에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근로장학생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근로장학생은 노동자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장학생들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의 두 가지 이유 모두 잘못된 근거입니다. 앞서 동국대의 사례처럼 근로장학생 선발도 학교 학생지원팀에서 하고 있고, 업무 지시도 학교에서 하는 상황에서 근로장학생은 대학교의 지휘·감독하에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고용노동부의 설명은 실제 대학 내의 근로장학생들의 근로현장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얘기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라고 했는데 한국장학재단에서 실시하는 국가근로장학을 제외한 학내 각종 근로장학생 모집 공고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공고들이 더 많았습니다. 근로장학금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설명과는 다르게 많은 대학들이 경제적인 사정과는 무관하게 근로장학생을 선발하여 근로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 측은 근로장학제도에 대해 근로장학제도는 봉사를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학생들에게 소정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봉사는 자발적이고 대가 없는 행위를 지칭합니다. 따라서 대학 측의 설명을 따르면 근로장학생은 근로라는 봉사를 제공한 자라는 이상한 정의가 도출됩니다. 말도 안 되는 설명입니다. 근로장학생은 봉사를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근로기준법 제21항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근로장학생은 마땅히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악용되는 근로장학제도

근로장학제도가 기존 취지와는 달리 악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종 대학평가에서 장학금 총액이 평가요소 중 하나인데 원칙적으로 장학금에 분류되는 근로장학금은 이에 악용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즉 학내에 부족한 인력을 추가적으로 선발하지 않고, 근로장학제도를 통해 보충한 다음 근로장학생들에게 지급된 임금을 장학금으로 산입시켜 각종 대학평가의 장학금 지표를 뻥튀기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015년 서강대는 근로장학생들의 시급 일부를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소정의 근로시간인 주당 3시간 중 1시간을 임금이 아닌 봉사활동 시간으로 대체하려 시도한 경우도 있습니다. 임금을 봉사시간 인정 등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지만, 근로장학생은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악용한 것입니다.

근로장학제도를 통해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국대의 경우 모 학생이 총장 및 재단 퇴진 운동의 목적으로 진행한 조계사 피케팅에 대해 기관업무 이외의 업무인 점과 주말 대체 근로등을 문제 삼아 두 차례 상벌위원회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조계사 피케팅은 해당 근로장학사업을 관리하는 한국장학재단이 기관업무로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학교 측 역시 교내근로장학생에게 주말 대체 근로를 권장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동국교지를 통해 밝혀지며 논란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근로장학, 우리의 노동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연락해서 내일부터 그만두라고 해도 된다’, ‘공고를 통하지 않고 알음알음 선발해도 괜찮다’, ‘몇 명을 뽑을지도 그때그때 다르다상식적으로 노동과 채용에 있어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도 근로장학제도 앞에선 무너지고 있는 2018년입니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선언도 우리 곁의 근로장학생들 앞에선 그저 허황된 구호로 그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노동을 하지만, 노동자가 아니고, 일한 대가를 받지만, ‘임금이 아닙니다. 우리 곁의 노동노동임을, 우리가 그저 내일부터 그만두라고 해도 되는존재가 아님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존재가 아님을, 세상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없는출구





김현진




































[필자 소개]


김현진

영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

학내 언론사인 영대신문기자로 1년간 재직.

인문사회 독회 본색소사이어티에 다년간 참여.

서울과 대구의 전시회에 다수 참여했으며, 경제적 독립 후 대구에서

페미니즘 공부와 예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외줄산책>은 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생각들을 모아 산책하듯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해보고자 만들어진 잡지입니다창간호는 대학을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탈대학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것은 대학을 벗어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자는 것보다는대학의 기능과 위치와 역할을 다시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가볍기만 한 글들은 아니지만독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듯 읽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메일 wonderinglee@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g/singleline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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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현진 작가의 <없는 출구>를 끝으로 <외줄산책: 탈대학>의 대학연구네트워크의 특별연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외줄산책 편집위원회 여러분과 외줄산책에 글과 그림을 게재해주신 필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곧 <외줄산책: 탈대학>에 대한 서평공모 사업으로 후속 컨텐츠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주에 찾아갈 서평 공모 알림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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