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취지문]


 <외줄산책: 탈대학> 대학연구네트워크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10월에 발간된 독립잡지 <외줄산책: 탈대학>(이하 <외줄산책>)은 이 시대 대학과 대학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는 잡지이다. 탈대학이라는 도발적인 부제가 달렸음에도 <외줄산책>은 대학 외부로 부터의 변화나 대학으로부터의 이탈이 아니라 다시 한번 새롭게 대학을 생각하기 위한 온기와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시대 대학은 쓸모없음의 쓸모마저 증명해야하는 수월성으로부터의 공세와 순수한 대학이라는 낡은 관념의 냉소 사이에서 무력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한때 대학을 가득 채웠던 배움과 탐구를 통한 해방과 자유에 대한 열정도, 세계의 변화를 위해 시대를 몸으로 받아내던 투지도, 사회적 역동성과 성공에 대한 활기도 지금의 대학에선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거대한 받아쓰기 학원과 패배와 냉소, 회의, 빚의 행렬 하지만 그런데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는 짜증 섞인 강박감이 우리의 대학 위를 부유하고 있다. 대학은 대학생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상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들 스스로가 그렇듯 가토 슈이치의 표현처럼 기계적인 노예의 삶, 아주 성공한 기계적 노예의 삶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누구도 우리가 거쳐 왔고 지금도 발 딛고 있는 이 공간의 퇴락에 대해 말하거나 묻거나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질문하고 비판하고 성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수용하기에 급급하다. 대학의 본령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대신 대학 포위한 수월성 우선주의와 타락한 실력주의의 신화가 이 물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지에 대한 물음보다 이것이 무슨 쓸모와 미래 소득을 주는지 모두가 그 질문에 매달릴 뿐이다.

 

  이처럼 퇴락하고 죽어가는 대학, 대학사회, 교육의 위기를 명분으로 한동안 많은 이들이 대학으로 벗어나기 전략을 대안적이라 여겨왔다. 김예슬 선언이 대표하는 대학자퇴 운동, 소장파 비전임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대학 외부의 지식과 학문을 위한 대안공간 운동 같은 것들이 바로 이 탈-대학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탈 대학은 대학 바깥에 해방구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대학을 둘러싼 거대한 인식의 지층들에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대학이라는 지층을 쌓기 위하여 투쟁해야 한다. 이 싸움은 구체적 전선도, 후방도, 적도 아군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강의실에서, 잔디밭과 카페의 테라스에서, 우리의 마음과 의식 속에서, 너와 나의 만남 속에서 지층을 새로 쌓고 기존의 퇴적층을 무너뜨리기 위해 싸워야 한다.

 

  <외줄산책: 탈대학>은 세상에 딱 200부만이 존재하는 아주 작은 독립출판물이다. 그렇기에 접하기도, 만나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지나쳐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출판물이다. 이에 대학을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대학연구네트워크>란 공간을 통해 <외줄산책>의 고민과 모색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연재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떠들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연재의 가장 중요한 취지이며 목표일 것이다. 이번 <외줄산책> 연재가 강의실과 잔디밭과 카페에서 함께 싸울 우리에게 공동의 발판이자 서로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가 되길 바라본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 <대학연구네트워크>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연재 될 <외줄산책>에 많은 응답과 관심을!


by 시훈

 

 

[연재 계획]

 

20171218머리말(이재임)

201712251. 실패한 인터뷰 몽상(박규민)

2018112. 이상과 현실 사이 그 이후(이재임)

2018183. 현장으로의 초대(심기용)

20181154. 외줄타기_대학 바깥은 없다(권영민)

20181225. 만들어진 2부리그(이시훈)

20181296. 없는 출구(김현진)

201825맺음말(이재임)

 

[외줄산책 소개]

 

<외줄산책>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생각들을 모아 산책하듯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해보고자 만들어진 잡지입니다. 창간호는 대학을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탈대학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것은 대학을 벗어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자는 것보다는, 대학의 기능과 위치와 역할을 다시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가볍기만 한 글들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듯 읽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메일 : wonderinglee@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g/singlelinewalk

 

 

[필자 소개]

 

박규민

1993년생. 서울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영문과 재학.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등단.

 

이재임

동국대학교 사학과 재학.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원 준비 중.

2014년 동국대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을 맡아 두 권의 교지를 펴낸 바 있다.

 

심기용

동국대학교 사학과 재학.

게이로서 살아가다가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참여하여 활동 중.

동국대학교 큗 초대 회장.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7대 의장.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공동저자.

 

권영민

작가.

대학원에서 현상학을 전공했다.

저서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 공저셀터스, 난민을 위한 건축.

서경식 선생의 내 서재 속 고전속 대담의 대담자 중 한 사람.

한국일보와 매일신문에 정기칼럼을 썼고, 쓰고 있다.

 

이시훈

대구에서 20대를 학생운동과 진보정당 언저리 라이프로 보냈다.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인문사회 독회 본색소사이어티 공동 창립자와 대표를 맡았다.

대학연구네트워크 공동 설립 제안자를 맡고 있다.

 

김현진

영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

학내 언론사인 영대신문기자로 1년간 재직.

인문사회 독회 본색소사이어티에 다년간 참여.

서울과 대구의 전시회에 다수 참여했으며, 경제적 독립 후 대구에서

페미니즘 공부와 예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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