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 올해 진행된 2018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하이네 연구위원의 글을 특집 이슈 페이퍼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18 총학생회 선거 주요 사건/사고(3)-2018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파행





by 하이네

대학 관련 글쟁이

Heinrich의 대학사회 이야기 블로그 운영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학생회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행사다. 빼어난 공약 퀄리티, 모범적인 학생회 지향점이 뚜렷하다. 그래서 다른 대학 학생회가 공약을 참고하기도 하고, 지향점을 모방하거나, 학생회 선전 방식마저 따라하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올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많은 논란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의 진행 과정


  2018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선거는 <팔레트>선본과 <STANDBY>선본의 경선으로 치뤄졌다. 2017년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미달로 11월 선거와 3월 재선거 둘다 무산된 만큼 중선관위는 물론이거니와 학생사회 전반적으로 올해는 총학생회를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두 선본 모두 후보자의 이력이나, 학생회 공약면에서 준수했다. <팔레트>선본의 정후보는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회 위원장과 이사를 지냈고, 부후보는 이공계 대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 대책위원회와 전국대학생 대선 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공약으로는 ◎계절학기 등록금 인하 ◎생협멤버십 포인트적립제도 ◎기숙사 심의위원회 설치 ◎국제 캠퍼스 버스 시간대별 수요조사 ◎시설안전 점검 ◎과/반 교류 지원을 내걸었다.

<STANDBY> 선본 정부호는 신과대학 학생회장, 총학생회 비대위 집행위원장, 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에서 활동했고, 부후보는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 위원, 심리학과 학생회장을 지냈다. 공약으로는 ◎수강 철회제도 개선 ◎체육시설 개선 ◎빠른 민원처리 시스템 마련 ◎신촌-국제캠퍼스 셔틀버스 증차 및 야간버스 운행 ◎기숙사 통금제도, 시설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팔레트>선본의 정후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으면서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띄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시국선언서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팔레트>선본의 정후보가 총학생회와 별도로 시국선언문을 작성해 연세대학교 구성원을 대표하는 것처럼 발표한 사실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이 대자보를 시작으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TANDBY> 선본에 대한 네거티브 글이 올라오고 네거티브 공방전이 발생했다.


  네거티브가 난무했지만 선거 일정은 큰 차질 없이 끝마친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로 인해개표 정족수(총 유권자의 50% 투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중선관위는 투표일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연장이 시작된 이후, <STANDBY> 선본은 투표독려발언 일정 참여를 하지 않아 경고누적으로 자격을 박탈 당한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팔레트>선본이 <STANDBY> 선본을 오차범위 이상으로 득표를 할 경우 <팔레트>의 당선으로, <STANDBY>선본이 오차범위 이상으로 득표를 할 경우에는 선거무산을 선언하기로 결정했다. 


  11월 28일, 3일간의 연장투표 끝에 총학생회 선거는 정족수를 가까스로 넘겼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이변 그 자체였다. 실투표수 8,247표 중 <팔레트>가 3,857표, <STANDBY>가 3,842표를 득표했다. 양 후보간 격차가 15표밖에 나지 않은 셈이다. 반면 오차표는 166표가 나왔다. 결국 중선관위는 ‘당선 불가’ 공고를 내리고 12월 4일부터 재투표를 하기로 결정한다. 단, 재투표의 경우 <팔레트>선본에 대한 찬, 반을 묻는 투표로 진행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재투표는 투표 정족수를 넘기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전체 유권자의 33.3%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연장투표 마감까지 총 투표율이 32.93% 밖에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재선거를 포함해 투표일만 열흘이 넘었던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총학생회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


  <STANDBY> 선본 박탈 후 오차표로 인한 재투표가 확정되면서 회칙에 명시되지 못한 부분을 논의하게 됐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세칙 92조와 93조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선거세칙 제9조 “① 이 세칙에서 다루지 않는 사안의 판단은 중운위에서 결정한다. ② 중선관위는 제1항의 결정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에 따라 재투표 일정을 결정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중선관위는 격론 끝에 총학생회 선거 재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유권자의 1/3이 찬성시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로 인해 중선관위의 결정을 철회하고, 다시 결정하라는 ‘100인 안건(재학생 100명 이상이 서명해 중선관위/중운위에 안건을 올리는 제도)’이 중운위에 상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선관위는 “시행 세칙 밖의 상황이므로 일반 법률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내고 재투표를 진행했다. 


(논란이 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세칙)


 연세대학교가 송도캠퍼스를 개교한 이후, 1학년 학생과 2학년 이상 학생들의 단절로 인한 학생사회 기층붕괴도 주요한 원인이다. 대부분 대학 총학생회 선거는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의 투표율이 높다. 하지만 연세대학교의 경우에는 1학년은 송도에, 2학년 이상은 신촌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1학년과 2학년 이상 학번의 유대관계가 타 대학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 저조한 총학생회 투표율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총학생회 선거 투표만 보름 가까이 진행할 정도로 말이다. 타 대학 학생회 선거가 연장투표를 하더라도 3~4일 이내에 끝내는 사실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파행은 선거세칙 문제와 연세대학교 기층 붕괴 문제가 주요한 원인이다. 선거세칙을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으며, 기층 붕괴와 관련해 총학생회 선거 정족 투표율을 조정하거나, 기층 단위 학생회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총학생회 선거 그 이후



<팔레트> 선본 팀장급 단톡방 논란 당시 주요 발언들 - 폭로문에서 발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끝난 이후, 중선관위 활동을 했던 학생들의 대자보가 논란이 됐다. <팔레트>선본의 팁장급 선본원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내용이었다. 중선관위원들은 관련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 전문을 공개하고, 선본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13일만인 12월 27일, 선본 팀장단과 후보자는 선본 공식 페이스북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팔레트>선본 후보자와 선본 구성원들은 학내외 인권문제에 대해 활동해왔으며, 선거 당시에도 학내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선본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말았다. <팔레트>선본의 팀장급 단체 카톡방 사건은 해당 선본에서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학생회선본-학생대중간 신뢰회복은 최대 숙제로 남게 됐다.



* 필자의 주장은 대연넷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언제나 반론과 보론을 환영합니다. univnet.researchers@gmail.com



 


실패한 인터뷰 몽상





박규민





졸업반 K는 협박에 면역이 된 인간이었다.

 

나에게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고, 유년기를 거쳐 서로의 변화를 목격한 증인이기도 하다. 중학생 때 우린 학교가 파하면 습관적으로 음반 가게로 가서는 음악에 대해 온종일 떠들곤 했다. 나는 얼마 뒤 문학에 빠져서 활자와 활자를 연결하는 일에만 골몰했으나 K는 이후로도 계속 다양한 음악을 섭렵, 패션과 미술에도 관심을 가짐으로써 다방면의 문화를 체득했다. 인터뷰를 위해 오랜만에 만나자고 연락하자 그는 나를 이태원으로 불러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K는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이태원 거리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 인간의 머리털로 구현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은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머리를 빡빡 밀었고 열대 우림에서나 어울릴 법한 반팔 셔츠, 그리고 쇠 장식이 매달린 까만 스키니 진을 입고 있었다. 이 년 만이었나? 오래된 친구들이 대개 그렇듯 우리는 긴 간격을 두고 만난 참이었다. 어떻게 지냈냐, 오랜만이다 하는 통상적인 인사들을 빠르게 나누자마자 그는 좋은 술집을 알고 있다면서 어느 골목으로 앞장서 걸어갔다. 나는 이태원에는 커다랗고 높은 건물에 한 잔에 최소 만 원은 하는 비싼 펍들만 즐비한 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이 그 동네에서 구른 경력을 증명하듯 뒷골목 구석에서 생맥주를 싼값에 파는 술집을 찾아냈다. 워낙에 복잡한 길목을 수차례 꺾어 들어갔으므로 나는 거길 다시 찾아가진 못할 듯하다. 이 글은 그곳에서 나눈 취중 대화의 기록이다.

 

그러니까, K가 무슨 협박을 듣고 살았느냐고? 그에 대해 더 상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 마디로 그는 대학에서 소위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을 전공했다. K의 대학 생활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시쳇말로 현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와 노래를 좋아해서 어느 노래패에 가입했더니 거긴 알고 보니 민중가요를 부르는 곳이었다. 그가 노래를 퍽 잘하는 걸 보고는 80년대 끝자락에 길거리에서 경찰이랑 백병전을 펼쳤던, 명절마다 무덤을 향해 대장정을 펼치는 한국인들처럼 여전히 대학에 얼굴을 비추는 선배들의 의식화가 시작되었다. K는 도대체 이 인간들이 뭘 경험했길래 이렇게 열을 내나 싶은 궁금증에 열심히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NL이니 PD니 하는 거대한 계보를 그때 알게 되었고, 도대체 왜 한국은 이렇게 살기 힘든지가 궁금해졌다. 그 문제에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서 이러다가는 국보법으로 잡혀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갖 반국가적인 책과 논문을 읽어댔다. 하지만 K는 어느 순간 자기만의 망상에 빠지는 것 같다는 자각이 들어서 민중이니 혁명이니 하는 단어들로부터 멀어졌다. 이후 페미니즘에도 탐닉했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즉 혼자 이루어지지 않을 변혁을 상상하는 기분이 씁쓸해서 사상에의 관심을 끊었다.

 

그렇게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K의 인생을 걱정해주었다. 도대체 이렇게 남 걱정해주는 인간들이 많은데 왜 사회는 이 모양인가 싶을 정도로 풍부한 충고, 대놓고 말하면 꼰대질을 겪은 것이었다. 가령 문과가 취업할 길은 어차피 없으니 학점 따위 챙길 필요 없다는 선배들의 낭만적인 자조라든지 반대로 저렇듯 불만만 많은 놈들이나 안 되지 스펙을 잘 챙기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그러니까 너도 좀 더 노력해서 살아보라는 질책, 혹은 우리 때만 해도 대자보도 좀 활발하게 붙이고 했는데 니네는 SNS에나 빠져 있으니 사회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고학번 화석들의 힐난 같은 것. K는 그 걱정을 빙자한 협박들에 휘둘린 적도 있으나 결국은 다 쓸모없는 소리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왜냐하면, 어차피 대학에서의 시간들은 그에게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으니까.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사실 왜 대학을 와야 하는지에 대해선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었거든.” K는 그냥 중산층의 자식으로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대학에 와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래 중에서 못나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입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 대학은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공간이었다. 학생들은 학문을 붙들겠다는 열의는커녕 그냥 대학에 가면 노는 줄 아는 연놈들이 태반이었고, 그러니까 수업 시간이 되면 신입생들은 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게 쓸모가 없다는 패배주의적인 말은 비약이겠지만, 다양한 아카데미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유튜브로 언어도 배울 수 있는 시대에 대학이 유일한 학문적 창구가 아닌 것도 사실이었다.

 

K는 현재 서브컬쳐와 관련된 매거진에서 필진으로 일하고 있었다. 학교는 마지막 학기만 남긴 채 무한정 휴학 상태였고, 타투나 마이너 음악 같은 소수 문화에 대해 글을 쓰노라면 학교를 졸업하는 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다고 했다. 졸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물론 학위는 받겠지. 그런데?” 나는 K가 지금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혼자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에 감정이 격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묘한 반항심이 일었다. 애당초 이 인터뷰의 주제는어차피 의미가 없어졌으니 본문에도 언급하지 않았지만당신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인가를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K는 대학이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줄창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의 면전에서 대학을 변호하고 싶었다. 아주 무의미하고 허무한 공간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책 없이 대학의 쓸모없음만을 주장하는 건 수많은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만 해도 총장과 이사진의 비리를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누군가는 단식 투쟁을 했고, 어떤 이는 45일간 고공 농성을 치렀다. K의 말대로 이제는 대학이 단지 제도권 교육 경쟁의 승리자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거쳐 가는 축하 파티에 불과하다면, 그들은 괜한 희생을 치렀다는 건가?

 

K의 웃음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왜 웃느냐고 묻자 그는 내 표정이 행사 때마다 학교에 찾아오던 노래패 선배들의 그것과 비슷했다고 대답했다. 가끔 사람들이 대학에 대해 품고 있는 기대가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어마어마해서 놀랄 때가 많다고 K는 또 말했다. 어느 쪽에서는 대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인재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다른 쪽에선 사회를 뒤집어놓는 투사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실 그 안에 들어 있는 애들은 무슨 담론을 만들고 예전처럼 사회에 저항하는 따위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데 많은 이들은 대학이 기능을 못한다느니 어쩌느니 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왜 꼭 대학에서 그런 걸 해야 되냐?” K는 술값을 계산하면서 말했다. 원하는 인터뷰이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이제는 그가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진보적 담론이나 사회 저항의 문제만 놓고 본다 해도 굳이 그런 걸 대학에서 실현하려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 아니냐고. 대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 공간이고 또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하는가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지금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꼭 대학에서만 가능한 일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나는 약간 취기에 오른 채로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나도 어지간한 꼰대일지도 몰랐다.

 

대학은 그냥 거대한 안방 같은 거야. 다 같이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는 거지. 대기업에 들어가겠다거나, 스타트업을 한다거나, 아니면 뭐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입시의 터널을 통과한 인간들이 꼴같잖은 자신감에 취해서 공상을 몇 년 동안 하고 있는 꼴이지. 아침이 다 지나가버린 시각에 잠에서 깨면 수습할 길 없는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고, K는 담배를 피워물며 마치 그날의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정리하듯이 말했다. 우리는 이태원의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K가 그토록 대학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한 이유가 무엇이었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술을 마시던 중에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그는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냈었고, 임기 중에 학생총회를 소집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불발된 적이 있었다. 무슨 문제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생들이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단지 낮잠이나 실컷 자려고 모인 인간들의 집합소. K는 서브컬쳐판에 몸담고 살다가 학교는 가능한 늦게 졸업할 예정이었다. 학교를 비로소 떠났을 때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기분일 것 같아서 두렵다고. 무슨 꿈을 꾸긴 꿨는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게으른 오전.”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전부 패배주의자가 되어 있는 현실이 문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필자 소개]


박규민

1993년생. 서울에서 성장.

동국대학교 영문과 재학.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등단.




<외줄산책>은 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 같은 생각들을 모아 산책하듯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해보고자 만들어진 잡지입니다창간호는 대학을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탈대학이라는 키워드를 던진 것은 대학을 벗어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자는 것보다는대학의 기능과 위치와 역할을 다시 사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가볍기만 한 글들은 아니지만독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산책하듯 읽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메일 wonderinglee@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g/singleline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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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 [[특별연재]외줄산책:탈대학] - <외줄산책: 탈대학> 대학연구네트워크 연재를 시작하며

2017/12/18 - [[특별연재]외줄산책:탈대학] - <외줄산책: 탈대학> 머리말(이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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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매주 금요일 올해 진행된 2018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글을 특집 이슈 페이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시간으로, 올해 큰 논란이 되었던 한양대학교 선거에 대해 전 총여학생회 정책국장 호준씨의 글을 보내드립니다.

본 연재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6년만의 선거무산, 행당동산엔 무슨 일이?

1: 후보자(선본)관련 논란


호준

한양교지 편집장

총여학생회 정책국장


사진출처: 연합뉴스/뉴시스

 


Timeline.


1025- [2018학년도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정()학생회장 선거 공고]

1116~17- 후보자 추천 기간 (선거운동본부 및 후보자 등장)

1118- 총학생회 웰메이드선본 및 총여학생회 리본선본 후보자 단수 등록

1118~27- 선거운동기간

1123- 정책공청회 (22, 하루 전 공고)

1128~30- 투표일 (50%미달, 연장투표 돌입)

124- 연장투표일(1130일 공고)

124- 총학생회(36.45%)/총여학생회(41.95%) 선거 무산 공고



(사진출처: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들어가며


2018년의 한양대 학생사회를 이끌어갈 제46대 총()학생회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연장투표도 없이 55%가량의 투표율을 보이던 한양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건 그 자체로 큰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바로 직전의 선거무산을 찾아봐도 그것이 2011년의 기록일 정도니 말입니다.



올해 총()학생회 선거는 가히 역대급이라고 해도 이의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쟁점들이 터져 나왔던 선거였습니다. 4년 연속 집권한 총학생회의 5선 도전 실패, 3년의 공백을 딛고 총학생회 라인에서 출마한 총여학생회 선본, 그리고 6년 만의 선거 무산까지. 이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운동권(정치적 편향성) 논란, 공약 논란, 하루전에 공지된 정책공청회, 투표 마지막 날 변경된 연장투표일, 단선인 선거에서 중선관위의 투표 독려,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 등 수많은 쟁점들이 발생했죠. 필자는 이러한 쟁점들을 후보자(선본) 관련 논란, 중선관위의 선거 진행,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 이 세가지 대주제로 묶어서 이 글을 진행·연재하고자 합니다.



 

. 후보자(선본)관련 논란

 


후보자/선본, 너네 운동권이지?



올해 선거에서 웰메이드 총학생회 선본과 리본 총여학생회 선본은 등록과 함께 페이스북 대나무숲을 비롯한 익명 커뮤니티(에브리타임, 위한 등)에서 선본 관계자들이 청년민중당-진보대학생넷 활동을 했다는 의혹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사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니들 운동권이지?’라는 으레 제기되는 의혹들이죠.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새삼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14년부터 17년까지 4년 연속으로 집권해온 총학생회였고, 이전의 선거에선 제기되지 않았던(또는 적었던) 운동권 논란이 제기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진: 한양대학교 학생회칙 제2/출처: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홈페이지



저는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선본 관계자들이 청년민중당-진보대학생넷 활동을 했는지 여부는 논란거리가 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대학교 학생회칙 제2조는 총학생회는 한양대학교의 건학정신인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진리를 탐구하고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인격을 도야하고 자질을 함양하며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비판 기능을 다하기 위하여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학문을 연마하고 나아가서 진취적인 대학문화를 창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며, 사상과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단체에 가입해 함께하는 것이 문제시될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다만 학생사회의 대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학우들로부터 제기된 의문에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선거는 단순하게 공약을 보고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후보자 개인 및 그 집단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번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 및 선본은 일관되게 청년민중당-진보대학생넷 활동에 관한 학우들의 의문을 묵살했습니다.



제게 총학생회 및 총여학생회 선본 관계자들의 청년민중당-진보대학생넷 활동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를 물으신다면 저도 확실하게 맞다 아니다 알려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지난 526일 애국한양대동제에서 진보대학생넷의 부스가 한양플라자 앞에 세워졌고, 해당 부스 신청자가 웰메이드 총학생회 선본 선본장이였다는 사실 뿐입니다.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사진: 2017년 애국한양 대동제 부스 안내도/ 출처: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연구네트워크는 살아남아라! 학생회!’ 연재의 첫 글에서 학생회는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으로서 학원민주화운동과 함께 시작된 단체”, “학생회라는 조직의 탄생과 성장은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 희생된 절대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과 시민들과 함께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더 평등한 곳으로 변화시키려는 정치적 열망의 반영이라고 정의 내렸던 바 있습니다. 2017년의 학생회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회 관계자가 운동권이면 안된다는 명제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독재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더 평등한 곳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은 여전히 존재하고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수도전?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공약은 수도전공약이었습니다. 정기전을 하는 사이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부러워서(?!) 시작된 대나무숲 등으로부터의 서울대와의 수도전 제안은 월메이드 총학생회 선본이 이를 공약으로 제출하면서 공식화되었습니다. 이 공약은 웰메이드 선본이 당선 이후 서울대 총학생회와 협의테이블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공약집에 기술한 반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안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 결국 무산되었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허위공약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웰메이드는 1127일 이러한 의혹제기에 대해 두 답변간 시간차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즉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측이 무산이라는 답변을 한 건 1122시고, 웰메이드는 2322분에 연락해 당선 이후 논의에 합의했다는 것이죠. 이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웰메이드 선본 당선 이후 함께 얘기를 나누고 검토하려고 생각했었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허위공약 논란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하지만 웰메이드의 해명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웰메이드 선본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연락했다는 1111, 그 당시는 선거운동본부 등록 전이었고, 심지어는 후보자 추천 서명기간보다도 수일 전입니다. 대체 웰메이드는 무슨 자격으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합의를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출처: 웰메이드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페이스북 페이지



사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수도를 상징하는 대학은 한성대도 있고, 서울시립대도 있고, 조금 더 나아가면 서울여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교대 등 매우 많음에도 그 대상을 서울대로만 한정한 수도전 공약이 흥행하는 것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있는 학벌에 대한 욕망 때문이라며 이를 비판하는 의견과 수도전이 성사된다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할 예산의 부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서울대학교 학교본부와 한양대학교 학교본부의 입장에 대한 의문 등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있었습니다.

 



여학생MT·소모임 지원?



사진출처: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총여학생회 선거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공약은 여학생 MT와 여학생 소모임 지원 공약이었습니다. 여학생 MT 공약은 다양한 단과대 여학생들이 함께 갈 수 있는 MT’를 워크숍처럼 준비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였습니다. 이 공약에 대해 대나무숲에선 여학우들끼리 MT 가는 데 지원을 해준다는 것은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모습이지 공적인 업무라고 보기 힘듭니다라며 반대의견들이 쇄도했었죠. 이 공약을 단순하게 여학우들이 학생회비로 자기들끼리 엠티를 간다이렇게 해석한다면 역차별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약은 그 공약들이 나온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T나 농활 등 행사에 참여하면서 과연 여학우들이 성폭력이나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웠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 동아리 MT에서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이 한양대에서 공론화된 적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성폭력·성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여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형태의 12일 행사를 총여학생회에서 준비하겠다는 것이 그렇게 부적절한 공약인지 저는 의문입니다.



여학생 소모임 지원 공약(여친소 프로젝트)은 여학생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여학생 소모임에 지원금을 배부하겠다는 공약이었습니다. 이 공약은 기존 총학생회의 소모임 지원 프로그램을 일부 차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총여학생회 선본 주요 관계자들이 총학생회에서 활동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이 공약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201422대 총여학생회 도담여성주의 소모임 지원 사업을 통해 여성주의 소모임에 활동비(대자보 인쇄비 등)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해당 공약이 지원금 배부라는 현금 지원성 사업이라는 점, 게다가 그 목적이 같은 단과대가 아니더라도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친목 소모임 지원처럼 비춰지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2014도담총여학생회는 지원대상을 여성주의 소모임으로 특정했고, 해당 지원을 활동비에 한정하고, 오용을 막기 위해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을 필수로 하는 등 보다 완성도 높은 사업을 진행해서 이번에 제기된 논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이 여친소 프로젝트는 공약의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기존 소모임 지원사업에 제기되지 않았던 논란이 이와 유사한 총여학생회의 공약에 유난스럽게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과연 그 논란의 맥락에 성차별이나 여성혐오와 같은 기재가 반영된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하고 싶네요.

 

 

1: 후보자(선본)관련 논란은 여기서 마칩니다. 2부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논란을 다룰 예정입니다.


* 필자의 주장은 대연넷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언제나 반론과 보론을 환영합니다. univnet.researcher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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