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집중연재 : 대학 안의 노동 2편

2018년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며

윤회│고려대학교

 

희망찬 새해를 이야기하기 어렵기만 했던 2018년의 1월이었다. 고려대학교 학교본부는 2017 12 21일, 학내 청소노동자 중 정년 퇴임자 10명의 일자리를 단기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적정 노동자 수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뒤엎는 통보였다.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기존 합의를 파기했다는 것만이 반발의 이유는 아니었다. 학교의 통보는인원 감축을 통한 학내 청소 노조의 힘을 약화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도 했다. 노조 측의 이와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학교는 단기 알바 투입을 강행하였다. 노조는 맞서 싸웠다. 학생들도 함께 나섰다. 2018 1 2 새벽부터 고려대학교의 7개 건물에서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동이 트기 전부터 피켓을 들고 날마다 3시간에 걸친 선전전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단기 알바 업체 직원들이 건물에 들어올 수 없도록 몸싸움마저 벌여야 했다. 선전전은 같은 달 30일, 양 측이 합의를 이뤄내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정말이지 희망찬 새해를 이야기하기 어렵기만 했던 2018년의 1월이 해야겠.

 

3700억 적립금의 재정난

고려대학교 학교 당국은 위와 같은 통보의 이유로 재정난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재정난을 일으킨 원인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등록금 동결을 지목하였다. 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정년 퇴임자의 자리를 단기 알바로 대체할 경우 예상되는 연간 비용 절감 효과는 몇천만 에 불과하다. 학교 당국의 재정난 호소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도 반복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학생 등록금 동결로 인해 노동자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각각의 테이블에서 내세운 셈이다. 이 정도면 학교의 협상 기술을 노학 양면 전술로 부름 직하다. 물론 고려대학교 적립금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면,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에 이어 국내 4위로 3700에 달다. 어쩌면 이 모습이야말로 작금의 대학 행정이 교육보다는 경영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인지 모른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이 기존의 수익분을 충당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고용 불안, 저질 일자리 양산, 노조 약화를 앞장서서 자행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물론 이 모든 풍경이 생경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고용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학내 노동자 사안에 앞장서서 연대해온 학생 단체인 고려대학교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이하 학대위)의 구성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고려대학교 학교 당국이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악질 고용주의 행태를 저질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다.이번에도 학대위 구성원들은 학내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투쟁을 진행하였다. 새벽 선전전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학내 의제 활성화를 위해 각 단과대 학생회를 돌며 간담회를 진행하고 대자보를 작성하였다. 또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차원의 견해 표명을 위해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하게끔 하였고, 그를 통해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결의문이 발표되고 이틀 후 학교 당국은 정년 퇴임자 자리를 단기 알바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타협을 제안하였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결의문이 실제로 학교 당국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며, 학생사회의 섣부른 승리감은 경계해 마땅. 그러나 양대 노조가 연대해서 같이 싸울 줄은, 학생들이 이 쟁점에 이렇게나 연대할 줄은 몰랐다는 학교 측 실무자의 말처럼, 적어도 학생들의 연대 협상 중 노조 측 주장의 든든한 근거가 될 수 있었다. 마침내, 1월의 끝에서 고려대학교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작은 승리를 맛보게 되었다.

 

절반의 승리, 그럼에도 얻은 것들

투쟁하는 당사자들의 요구가 관철되었다는 지점에서 고려대학교 투쟁은 승리를 거두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다. 다만, 완전한 승리라 평하기에는 아쉬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빠지고 지속적으로 강구한다는 느슨한 문구에 그쳤으며, 신축 건물에 대한 협의는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다. 그럼에도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던 학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다는 지점은 오롯이 평가받아야 마땅다. 고려대학교뿐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노동자 투쟁이 전개되고 있기에, 이러한 승리가 대학가 노동자 투쟁 전반에 가져올 긍정적 여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다.

시선을 고려대학교 내부로 집중하여도 이번 승리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영향이 존재한다. 여전히 고려대학교 학내에서는 수많은 행정이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 없이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외국인 등록금 인상은 그다.현행 구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는 학생들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 결과 작년 간신히 막아냈던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이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끝끝내 통과되었다. 등록금 문제가 이러한데, 다른 분야라고 소통이 이뤄질 리 없다. 수강 신청 제도나 전공과목 개설 등 교육권 제 역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만다. 런 상황 속에서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싸웠던 1월의 기억은 승리의 경험치이자 투쟁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다. 완전한 승리는 아닐지라도, 2018년 학내 민주주의는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3월, 투쟁은 이제 시작

우리는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초입에 서 있다.  말인즉슨, 노조의 단체 교섭과 학생회의 교육권 투쟁 역시 점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많은 학우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해야 할 때다. 고려대학교 교정에 다시 한번 승리의 함성이 들릴 수 있을까?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1월의 투쟁과 승리는 노조와 학생회 모두에게 상황을 아주 조금, 그러나 동시에 분명하게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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