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학생회! 1부 위기의 학생회

Ep.8 열정페이, 극복할 수는 없는 걸까?



  지금까지의 글에서 전술했듯 학생회는 위기상황수 년째 위기상황이라고 말을 하지만에 봉착해있다. 그 이유는 과거와 달리 숙련되고 정제된 인력이 부족하며 예산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력부족과 예산부족, 이 두 가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 이상 학생회가 학생활동가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비해 (학생정치의 침체로 인해) 학생회 활동은 더 힘들어진 반면 학생회 활동이 제공해주는 메리트는 딱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니, 오히려 학생회 활동은 디메리트가 될 우려마저 있다. 오늘날 취업요건은 훨씬 강화되었으며 학생회활동은 기업에서 그다지 반기지 않는 활동이력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이렇듯 메리트는 적으면서 학생활동가들에게 노동에 뒤따르는 적절한 보상조차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야, 너희 장학금 받잖아

 

장학금은 '임금'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대다수의 학생회는 약소하나마 보상을 제공하기는 한다. 정말 약소해서 문제일 뿐이다. 가장 주된 보상책은 장학금 지급이다. 학생회 임원진에 대해 공로장학금의 명목으로 등록금을 감면해준다거나 혹은 근로장학금 TO를 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지급 주체가 학생회가 아닌 학교라는 점이다. 우선 사실상 활동가들의 노동을 통제하고 그 효과를 보는 사용자는 학생회다. 그런데 현재의 학생회 장학금 제도는 사용자인 학생회가 지급해야 할 급여/비용의 책임을 학교 당국에 전가하는 문제가 있으며사실상 제대로 된 보상이 아님을 의미한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노동이 아니다보니 학교와 학생회의 관계에 따라 언제라도 장학금이 없어지거나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회는 학생들의 자발적 결사체이자 조합으로서 학교당국 혹은 기타 사회의 여러 기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큰 존재의의인데, 경제적으로 학교에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투쟁 전략을 구사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위의 방식은 적절한 보상 방식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우리는 학생회비를 통해서 활동비를 충당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금새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회는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 재학생이 2만 여명 되는 4년제 대학의 학생회는 대개 1년에 5000만원 정도의 재정을 실질적으로 운용한다. 이 중에서 총학생회 선거와 차기 학생회에게 이월해줄 금액을 제외하고 나면 많아야 500만원 남짓의 여유가 생길까 말까 한 정도이며,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비로 사용되거나 예산이 부족한 다른 사업에 추가적으로 지원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학교로부터 받은 장학금을 쏟아부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마저 볼 수 있을 정도다. 


오늘도 과로로 쓰러지기 직전인 학생회의 도비들...

  

  재정 외적인 면에서의 문제도 존재한다. 많은 학생들은 이미 학생회의 존재 의의에 대해 회의적이며 자신들이 납부한 학생회비가 그들만의 리그인 학생회 사람들의 급여로 지출된다는 데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학생사회 내부의 종사자들조차도 학생회는 무급 봉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 등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일에도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한다결국 불쌍한 우리의 학생회 도비들은 무급 봉사로 착취당한다. 학생회라는 조직이 착취와 억압에 저항하기 위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은 회의비, 교통비 등이나 지원받을 수 있으면 다행일 따름이다. 종합해보자면 재정 내적인 면보상을 제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학생회의 재정, 재정 외적인 면학생사회 비/종사자들의 거부반응, 예결산안 처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문제 해결이 난망하기만 하다.

 

누구도 일하려 하지 않는 학생회


이제 이런 책이 유행이라던데...


  이는 어떠한 문제를 가져오는가? 간단히 말하자면 학생회의 영속성을 파괴한다. 학생회의 존재 의의와 기존 담론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하는 학생회는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학생회에서 일한다는 것은 이제 개인의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회의를 참석하며 의결기구 혹은 기타 학생단체 내지는 본부와 싸우고, 스트레스를 받고, 밤을 새고, 학업을 포기하고, 억울하게 욕을 먹기도 하고, 1년 동안 모든 일상을 학생회로 대체하고 나면 남는 것은 약간의 성취감과 피폐해진 심신만이 남을 뿐이다. 학생회의 일정을 따라가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과외도 알바도 힘들고 기껏해야 학교의 근로장학금 정도 밖에는 없다. 그런 현실에 노출된 개개인은 회의감을 갖게 되고 많은 경우 1년 이상 몸담지 않고 학생사회를 등지게 된다. 다시 말해 학생사회에 종사하는 것은 더 이상 어떠한 유인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많은 일에 누가 뛰어들겠는가? 개개인의 활동 감소는 재생산의 가장 큰 적이다. 결국 이는 학생회 순환의 흐름을 끊어버리며, 다양한 담론들이 제대로 실현되거나 논의되기 어렵게 만든다. 학생회를 벗어난 의제 중심의 운동(노동권, 성소수자, 여성 등)이 최근 대두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대학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확정적이고 안정적인 보상을 확약받는 것이다. 이는 몇몇 대학(학생회의 독립성을 위해 장학금 배정을 거부한)을 제외하면 상당히 많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로는 학생회 재정의 확충 및 활동비 보장이다. Ep.5 학생회비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들에서도 학생회비에 대해 다루었다. 학생회비는 80년대 이후로 재정적 답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제도적 개선과 인식 변화를 통해 재정 확충을 꾀해 볼 수 있다(물론 필자는 회의적이다). 그리고 나서 활동비 보장 규정(교통비, 숙박비, 식비, 회의비 등)을 통해 최소한의 부분이나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해결책이라고 말해놓았지만 굉장히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 문제는 학생회에 본질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문제점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학생회의 열정페이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짚어보았다. 후일 기회가 된다면,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인식변화/재정변화/사회변화와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내 돈 쓰며 갈려나가는 학생회 도비들을 위해 이 글을 바친다. 언제나 학생사회에 대한 헌신만으로 일하는 그들에게 존중을 보여주길 바란다


by 완도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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