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학생회! 1부 위기의 학생회

Ep.6 괜찮니? 학생회비 예·결산

  

  지난주, 대학연구네트워크 살아남아라! 학생회!’팀은 학생회비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계속 떨어져 가는 납부율, 쉽사리 못 올리고 있는 학생회비, 학생회비를 낸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도 좋나 등 꽤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지요.

  이번 글은 학생회비 예·결산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주어진 학생회비를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지,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하는 예·결산은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할 것이며,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예·결산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 모두 가슴에 손을 올리고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 전 죄...송합니다.

 

세칙에 따른 회의비 집행, 그런데 사과?


학생회가 학우들의 소중한 돈을 날름했다?


  최근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의 회의비(식대) 지출과 관련하여 논란이 발생했고, 이에 총여학생회장이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학내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했고, 실제 총여학생회 집행부를 해본 입장에서 안타까웠습니다. 총여학생회가 회의비를 지출해서 논란을 일으킨 것이 안타까웠냐고요? 아니요. 세칙을 지켰음에도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의 회의비 지출에 대해 팩트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총여학생회는 총대의원회로부터 받은 총무 교양 자료를 토대로 회의비(식대) 항목을 확인했고, 이후 이 조항을 바탕으로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15000원 기준의 회의비를 총대의원장의 승인을 받아서 결제했습니다. 세칙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학우분들이 내주신 소중한 학생회비깊은 생각 없이 사용했다고 여겨졌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전 이 상황에 대해 일하는 사람들(그 중 대다수는 장학금도 못 받는)이 일하면서 밥 먹는데 돈 쓰는 거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것이 학생회비 사정에 비해 과하게 지출되었거나, 정당하지 않은 사유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학생회 사업을 굴리면서 사업에 동원되는 인원 밥 먹이는 건 분명 중요한 지출이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인당 5000원의 밥도 먹이지 못하는 조합조직에 헌신열정을 기대할 순 없다고 봅니다.


학생회비로 신나게 물놀이~ 땅땅땅! 통과~


아무리 여름철 물놀이가 좋다지만...!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는 집행부 회의비(식대) 지출로 인해 회장이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는데, H대 모 학과 학생회는 학생회비로 수십만 원의 집행부 LT 물놀이(레저)비용을 지출했음에도 결산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당시 그 결산안을 심의하는 학과총회에는 전년도 학생회비를 집행한 학생회장이 휴학했다는 이유로 출석조차 하지 않았고, 물놀이 비용과 출석이 문제가 되어 결산안 통과가 한번 부결되어 2차 총회(임시총회)가 공고되었음에도 출석하지 않고 카톡 등 메신저로 답변을 간접적으로(총회 의장과의 카톡) 진행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결산안이 결국 통과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그 학과 총회에 참석한 당사자의 말에 따르면 이 지출에 관한 질의는 크게 2가지였다고 합니다. 첫째는 예산안에 전혀 없었던 항목을 집행한 것에 대한 질의였습니다. 이 질의를 한 당사자는 예산안에 따른 결산지출이 당연하다며 자신이 여러 사회생활을 통해 터득한 기본적인 예·결산 원칙을 내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회에 몸을 담았던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겠지만, 어디 학생회가 예산대로 비용을 집행하던가요. 학생회를 1년 동안 운영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발생해서 항목에 없던 변동이 발생하는 게 부지기수지요. 갑자기 축제가 취소되어 주점수입이 사라진다거나, 학내 투쟁이 벌어진다거나...등 아무튼 첫 번째 질의에 관해서는 조금 뒤에 좀 더 길게 다뤄보도록 하고 두 번째 질의로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 질의는 집행부가 학생회비로 물놀이를 즐긴 것이 온당하냐는 질의였습니다. 해당 질의에 대해 이를 집행한 학생회장은 본인의 선거공약 중 즐거운 학생회라는 내용이 있었고, 물놀이는 이와 같은 공약을 지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물놀이로 사용된 학생회비는 축제 주점을 진행하면서 예상했던 수익보다 초과해서 얻은 비용으로 진행한 것임으로 물놀이 비용의 집행으로 인해 기존 예산안에 있던 집행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고 추가로 설명했습니다.

  이 물놀이 비용 집행이 통과된 가장 큰 이유는 이 공동체가 소규모 학과 공동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공동체기 때문에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이해당사자(회장단 및 집행부)와 연결되고, 이 비용처리를 안 해주면 이해당사자들이 비용을 토해내야 되는 상황에서 서로 얼굴 붉히면서 공개적으로 (비표 들어서) 반대하기가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리고 소규모 학과 공동체다 보니 단과대학 학생회나 총학생회처럼 따로 학생회비 집행에 관한 세칙을 만들어두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뭔가 이상하고 마음에 들진 않는데, 이를 반대할만한 뚜렷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죠.

 

예산과 결산의 상관관계


무엇이 정당한 지출인가를 두고 학우들과 함께 하는 고민과 

학생회 나름의 기조와 계획이 없다면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 않을까?


  뉴스를 보다 보면 국회에서 예산을 가지고 여당 야당 아웅다웅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추경 예산안 가지고 꽤 오랫동안 여·야간 아웅다웅 다퉜던 거로 기억합니다. 국회에서 다루는 예산안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가 세금은 예산안 그대로 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이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편성한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현 정부의 웃픈 현실 때문이었죠.

  그런데 학생회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초 제출했던 예산과는 다르게 집행을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학생회에게 예산안대로 집행하기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많은 학생회들이 예상 수입에 학생회비뿐만 아니라 축제주점 수익, 스폰 수입, 광고 수입 등을 잡고 있어서 수입 자체에 변동이 크기 때문이죠. 실제로 축제주점 수익이 중요한 과학생회 단위의 경우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축제가 취소되자 그해 학생회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출도 변동이 큰 편입니다. 이건 정부도 마찬가지겠지만 학생회의 경우 갑자기 학내투쟁이 생긴다거나 하는 변수가 많았다 보니 학생회 관계자들에게 폭넓은 융통성을 허용해주는 편이죠. 이런 이유로 학교별로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의 학생회는 따로 추가경정 예산안을 제시하지 않아도 기존 예산안과 다른 학생회비 집행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학생회비 운용은 예산안 편성의 필요성마저 무너뜨립니다. 저는 학생회비 예산안은 그 학생회가 어떤 기조를 가지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확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생회에서 과내 여성주의 모임에 지원금을 주거나 관련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해당 학생회가 현존하는 성폭력·성차별에 대해 어떠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확인이 되겠지요. 아쉽지만 오늘날 학생회 예산안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산안과 사업계획을 함께 처리하는 단위들도 많아졌다고 하네요.

 

학생회비 집행, 심사?

  대부분의 회사는 공금사용을 위해 비용처리지침을 만듭니다. 해당 지침에 따라서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사비로 지출한 비용을 환급해주죠. 그런데 학생회는 어떤가요? 위에 언급한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의 사례처럼 세칙대로 처리했는데도 사과를 해야 하기도 하고, H대 모 학과 학생회처럼 아예 세칙이 없기도 합니다. 인정할 수는 없지만, 학생회비 집행의 가장 큰 기준은 역시 여론입니다. 전학대회 등 결산안을 심의하는 기구에서 결산안을 통과만 시켜주면 장땡인 것이 대부분 학생회의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주 어느 분께서 저희 대학연구네트워크의 글을 공유하며 공금을 물품을 구매하면 사용 목적, 구매 이유, 구매 과정, 자료 조사 내용 등을 캐묻는 게 맞는 것이지만 실제론 이게 뭔가요?” 정도가 질문이 끝이라며 이것으로 학생회비에 대한 검토는 끝이라고 학생회비 집행의 현주소를 지적해주셨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경험한 6번의 전학대회는 대부분 오후 7시경에 시작해 막차 끊기기 전에 끝내기 위해 최대한 빨리 회의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동일한 안건에 대해 동일인의 발언 기회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회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회의의 진행상, 회의가 너무 길어지면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의사진행결의안건을 실었음. 안건당 4, 재질의는 2회로한다는 전학대회 의장의 발언이 그대로 전학대회 회의록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학생회비 결산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 및 고민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조금 더 깐깐해집시다


예·결산의 남용(견제의 부족)과 학우들의 관심 하락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

예결산을 꼼꼼히 따지고 검토하는 학생회 제도가 절실하다.


  학생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죄스러운 제안이지만, 우리의 학생회비를 위해선 결국 조금 더 깐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영역이지만 적어도 돈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으니까요. 학생회비 집행에 관한 규정(세칙 등)은 꼭 필요합니다. 그다음에 전학대회처럼 한 학기에 한번 딱 결산안을 두둥! 공개하는 것보다는 격주 또는 매달 한 번 온-오프라인으로 결산을 공개하고 관련된 질의를 수시로 받는 것이 필요하겠죠. 더 나아가 일정 비용 이상을 지출할 때는 앞서 언급한 사용 목적, 구매 이유, 구매 과정, 자료 조사 내용 등을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예·결산안을 전학대회 1~2주 전부터 공개해서 대의원들에게 충분히 심의를 위한 사전 준비 기간을 둘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1~2주 중에 사전에 질의를 받고 미리미리 답변을 공개한다면 회의시간을 늘리지 않고도 심도 있는 심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어떠한 시도도 학우들의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미리미리 공개해도 안 보면 끝이거든요. 앞 문단에서 제가 한 여러 제안 모두 학우들이 내는 학생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전작업들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지난하겠지만 우리가 학생회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과정을 포기할 순 없겠지요.

 

마치며

  이 글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과연 지난 십수년간 지속해온 학생회비 예·결산에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분명 어디선가는 시도했을테고 또 실패했을텐데, 내가 뭐 얼마나 뛰어나다고 뚝딱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온갖 생각들이 난무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글을 과감히 업로드하는 이유는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회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만 늘어나고, 학생회장하면 차 한 대는 뽑는다는 구시대적 색안경이 다시금 출몰하는 이 시점에 무언가를 제안하고 싶었답니다. 우린 알잖아요. 학생회가 얼마나 고생인지, 그 헌신과 열정이, 그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는 떠나지만 부디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학생회를.

 

+ 번외로 학생회비 횡령이나 사기(보이스피싱) 같은 얘기도 하고 싶었지만 이 얘기를 하다보면 지면이 부족할 것 같아서... 추후 기회가 된다면 얘기해보겠습니다.


by 미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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