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학생회! 1부 위기의 학생회

Ep.4 학생회는 평화로운 임기의 꿈을 꾸는가



캐릭터 생성을 축하합니다


이제 열렙하는 일만 남았다.


2학기가 시작되고 추석 연휴를 앞두면, 찬바람이 잠깐 불어오고 사람들이 옷깃을 여밀 때면, 으레 학생회실은 한산해지고 빈 공간을 찾아 헤매는 무리들이 생긴다. 11월에 있을 학생회 선거를 준비하는 선본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기 때문이다.


기조는 당연하게도 선본의 기반이다. 선본들이 인권, 생활복지, 교육권, 사회참여 등의 다양한 기조를 내걸고 움직이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적어도 ‘학생사회’에서는─단연 대학본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움직일지에 대한 것이다. 학생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의견은 학생회론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존재했지만 적어도 학생회가 학생들의 자치기구임은 공통적이었으며, 필연적으로 대학공간의 4주체(교원-직원-학생-본부) 중 학생과 본부는 끊임없이 아웅다웅 할 수밖에 없는 존재란 것이다.


아무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지는 당신의 몫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당신, 캐릭터 생성을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최종컨텐츠의 결말이 달라질 테니 말이다.

 

내 맘을 들었다놨다

 

당신의 캐릭터-집행부가 좋을지 나쁠지는 당신이 선택한 길에 달렸다. 시대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좋은선택이었을 수도, 안좋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학생회의 대본부 노선을 크고 거칠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투쟁이라는 한 축과 협력/개량이라는 나머지 한 축이다.(그 외 어용은 단호하게 무시하도록 하자) 2000년대 비권과 반권이 대두되었을 때에서야 협력노선이 힘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역사는 해방공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47년의 국대안 정국에서부터 시작하여, 4·19의 와중에도, 군사정권과 학원자율화의 수많은 격변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의 논의를 지금과 그대로 비교하며 맥락을 간과할 수는 없다. 반민주세력이라는 거악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의 역량도 한미해졌다. 수 년 동안 언급되어온 ‘학생회의 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대중들은 탈정치화·파편화되었고 과거의 경험들은 실전, 활동가의 재생산도 언제나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많은 학생회들이 고민하는 지점일 것이다. 역량은 줄었고 시대의 요구는 바뀌었으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할 텐데 전인미답의 길이 놓여있을 뿐이다.


학교당국은 투쟁현안을 뿌려라!!


수많은 부침 속에서 ‘고맙게도’ 대학본부와 정부는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들은 시시때때로 반-자치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학생회를 견인한다. 국정화 교과서, 학사 엄정화, 사학비리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서 결집된 학생 주체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며 학생조직을 소생시키고 재생산을 가능케 한다. 물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탄압하고 와해시키려 하지만, 그럴수록 학생자치와 학생조직의 몸집을 키워내기 일쑤이다. 여러 사학재단이 그런 길을 걸었다. 상지대나 동국대와 같은 곳에서 사학비리는 시대를 역행하여 기층조직을 활성화하고 학생회의 지속에 분명한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거와는 다르게, 대학본부가 사고─제2캠퍼스를 지으려 한다든가 학사제도를 개악한다든가─를 안 쳤을 때, 좋든 싫든 학내의제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 학생회는 무엇을 해야하는가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다시 말해 강제로 주어진 사명이 존재하지 않으니 스스로 개척하고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보통의 학생회는 공통의 의견을 구성하기 힘들다. 앞서 말했듯 거악은 사라졌다. 모두가 염원하던 민주화는 이루어졌고 이전보다 세상은 많이 나아진 듯 하다. 또한 대학생이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보편적인 신분이 됨에 따라 이해관계도 다를뿐더러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제2캠퍼스를 짓는 게 학교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학생에게 부담이 전가될지, 페미니즘과 정체성정치에서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낮은 등록금을 선택할지 좀더 부담하여 좋은 교육환경을 누릴지 등의 문제가 대표적일 것이다.


학교당국의 지원없이 무엇 하나 굴리기 힘든 복지행사 및 축제...


탈정치를 요구받는 시대의 많은 비권 학생회는 이 상황에서 학내복지 혹은 오락적 행사라는 길을 쉽게 택할 수 있다. 단과대 학생회, 총학생회의 많은 수가 간식행사, 축제, 초청강연, 시설개선 등을 공약하고 당선되어 추진한다. 그리고 많은 부분을 대학본부에 의존해야만 한다. 자치공간 확충, 동아리지원금, 축제 예산, 셔틀버스 운영비 등 돈은 들어가고 실무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은 한도 끝도 없는데 학생회의 재정은 튼실하기는커녕 본부의 협조없이는 징수조차 힘들고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본부와의 친밀함은 매우 중요한 요소, 아니 능력이 된다. 특히 스스로 재생산에 성공해낸 선본이라면, 그 이전부터 있었던 논의들과 협력을 이어가서 쉽게 공약을 이행하곤 한다. 더욱이 단과대, 학과 단위로 내려가며 작아지면서 공약 이행의 많은 부분을 학교측에 의지하게 되며, 사실상 행정실의 부속기구화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항상 학생회의 자체적인 역량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작게는 학생회원 명부에서부터 학생회비, 공간 이용 등 절대적인 부분은 최종적으론 학교에 권한이 있다. 학생회원들을 끊임없이 자각하게 하고 조직하고 결집하지 않은 채로, 협력의 꿀맛에 길들여진 상황에 안주하는 것이 지속되면 어느샌가 예속되어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것이다. 학교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한 문화·복지·시설 사업이 주축이 된 학생회를 말이다. 투쟁의 과업이 주어지게 된다면, 누가 쉬이 투쟁을 위해 나설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포기하고 언제나 대립각을 세우는 학생회가 지속적으로 학우대중의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우리는 고민을 해야 한다. 1) 고전적 관계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과 역량에서, 2) 극도로 다원화되고 탈정치화되고 무관심한 학생대중의 여론에서, 3) 본부와의 긴밀한 협조라는 양날의 검을 앞에 두고, 4) 담론을 재생산하고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그래서 어쩌라고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뭔가 앞에서 거창하게 말을 했지만, 나도 이렇다 할 답을 내리지는 못한다. (그랬으면 제가 회장을 했겠죠….) 다만 우리가 이 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에서도 언급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이미 숱하게 반복된 문제들이다. 학생회 위기론은 등장한지 꽤 됐으며, 사회참여-반동-복지-교육권리-대학참정권-인권 등의 순으로 등장하는 담론들도 이미 십여 년 전에 등장했던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학습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기록해야 할 뿐이다. 맥이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진 이유를 찾아내고, 현실에 맞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소속 단위의 자치가 완전히 망가졌다면, 본부와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해나가며 학생회의 역량을 몇 년에 걸쳐 강화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학생자치가 활성화된 단위라면 이를 기반으로 대본부 투쟁사업을 기획할 수도 있다. 선택의 자유는 여러분의 몫이다. 그저 길들여지지만 않으면 되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평화로운 임기를 꿈꾼다. 당신의 한 해 임기는 어떨 것인가. 단 꿈을 꿀 것인가, 현실에 있을 것인가, 꿈을 꾸되 현실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인가.


by 완도김


살아남아라! 학생회! 1부 위기의 학생회

Ep.3 선거무산의 늪

 

특급 난이도의 최종미션, 선거


너무 어렵잖아... ㅠㅠ


학생회 집행부를 했던 경험이 있다면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이 시기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학생회 선거 때문이다. 1년 단위로 활동을 전개하는 학생회의 특성상 10월 중순에서 11월이 되면 차기 학생회장단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진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거리가 몰려들어오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고민거리는 선거 진행에 들어가는 집행력이다. 특히 학생회장단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여럿일 경우에는 선본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룰미팅을 두고 여러 차례 회의를 해야 되거니와 각 선본이나 학생들로부터 이의제기가 들어올 경우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기 위한 집행력을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투표 당일에도 무효표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선거에 참여하는 학우들에게 투표용지와 투표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고 투표함과 투표소를 지켜야 한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 이것저것 들어가는 인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 고민거리는 선거 운영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단순히 집행력이 있다고 해서 선거를 잘 치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선본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고, 선본이 아닌 사람이 선거운동에 개입하는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무효표가 많이 나와서 기껏 개표까지 했는데 선거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운영에 있어서는 원칙과 그 원칙의 적절한 적용,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니 더더욱 신경 쓸 부분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큰 세 번째 고민거리는 바로 선거무산의 압박이다. 앞선 두 가지 고민거리는 어쩌면 행복한고민거리일수도 있다. 아예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없어서 기존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미봉책으로 뒷수습을 한 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들어서는 것보다야 몇 주 동안 열심히 고생해서 번듯한 차기 학생회를 세우는 것이 훨씬 더 마음편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 중에서 학생회장을 맡으려는 사람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한때는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되던 총학생회장 선거마저 단선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니 선거를 앞둔 학생회 집행부의 고민은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선거무산이라는 늪


으아니! 챠! 왜 입후보를 안 하는그야!


사실 여러 가지 고민거리 중에서도 선거무산이 가장 큰 고민거리를 차지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한 번 선거무산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학생회가 다시 헤어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 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집행력을 온존하기가 쉽지 않아서 다시 선거를 치르기가 힘들어진다. 학생회 집행부들은 학생회의 1년 활동주기에 맞춰서 자신의 학교생활을 조절한다. 예컨대 학생회의 일이 집중되는 기간에 맞춰서 휴학을 하거나 수업을 적게 듣는 식이다. 그런데 1년 주기를 적절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선거가 무산이 되면 집행부원들은 자동적으로 학교생활 계획에 혼선이 빚어지게 된다. 보통 10-11월 선거가 무산이 되면 기말고사와 방학 등의 이유로 겨울 동안에는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3월 개강에 맞춰 보궐선거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공백기 동안 기존 집행부원들이 각자의 사정(ex. 군대, 복학 등)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는 선거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한 집행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 차례의 선거무산은 다음 차례의 선거 진행에 필연적으로 부담을 준다.


다음으로 선거무산은 그 자체로 새로 시작하게 될 집행부에게도 부담을 안겨준다. 앞서 말했듯이 선거무산이 이뤄지면 보궐선거는 학사일정에 따라서 학우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3월에나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당선이 된 학생회는 당장 한 달여 남짓한 기간 동안 4월과 5월부터 시작되는 각종 행사와 사업들을 준비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3-4월에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연관된 연례행사들(ex. 여성의 날,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 세월호 참사,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메이데이 전야제 등)이 있고 이외에도 중간고사를 대비한 복지 사업들(ex. 간식행사, 독서실 대관 문제 등)을 준비해야 한다. 5월에는 축제기간이 돌아오므로 이에 맞는 사업들(ex. 주점 사업 등)을 또 준비해야 한다. 당선된 지 채 한 달조차 안 돼서 몰려드는 사업들과 씨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러니 양질의 사업을 준비하기가 힘들어지고 학생회의 1년 사업주기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시무시한 상황은 앞선 두 가지 문제들로 인해서 계속해서 번번이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다. 3월 보궐선거에서조차 입후보자가 없거나 선거가 무효가 되는 바람에 선거에 대한 학우들의 불신이 심화되고 긴 시간 동안 학생회의 자리가 공백이 되는 경우다. 이 공백이 끊임없이 길어질 경우에는 한 학과, 한 단과대, 심각한 경우에는 총학생회의 맥이 끊기는 경우조차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학생들은 학교당국과 협상하고 교육권과 관련된 의제들을 전달할 창구를 잃어버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학생자치기구들은 학생회가 새로 서지 않을 경우에 비대위를 운영한다. 기존의 집행부나 학생회에 소속된 학생들 중 일부가 모여 학생회의 기능을 하는 임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각주:1]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의 가장 큰 단점은 학생들로부터 승인된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활동에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며 그만큼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의욕이 감퇴될 수밖에 없다. 결국 비대위는 한시적으로는 학생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선거무산은 이처럼 한 번 그 늪에 발을 들이면 학생회에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하며 학생회의 전체 사업주기에 지대한 부담을 가져다준다. 그러면 도대체 선거무산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선거가 흥하지 못하고 망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크게 학생회 집행부 내적인 측면과 외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먼저 집행부 외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집행부 외적인 측면은 주로 입후보의 문제와 관련된다. , 아예 입후보를 하지 않아서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에 대부분의 원인은 집행부 외적인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각주:2] 이것은 앞선 두 에피소드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위축된 영향이 크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경쟁이 심화되면서 학우들에게는 학생회와 같은 여분의(extra)’ 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여기서 활동을 여분의것인지 아니면 핵심적인것인지를 나누는 것은 구직활동에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이다. 그래서 같은 동아리라도 사회과학학회는 보통 여분의 것이 되는 반면 가치투자학회는 핵심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학생회는 여분의 활동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학우들이 직접 나서서 집행부를 꾸리거나 학생회장단이 되려는 의지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학생들의 무관심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것이 일종의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학생회 집행부를 고립시킨다. 그리고 고립된 학생회 집행부는 외부로부터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활동의 보람도 느끼지 못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고통을 받는다. 이렇게 고립되어 고통 받는 학생회 집행부를 보면서 그나마 실낱같은 관심을 갖던 학생들조차 고개를 내젓는다. “어휴, 학생회가 저렇게 고생하는 일이구나. 나는 못하겠어.” 결국 학생회장에 입후보할 사람은 더더욱 적어지고 학생회의 기능적 쇠퇴 속에서 무관심이 확대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 기억날 것 같은데... 뭐였더라...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다면 집행부 내적인 측면은 무엇일까? 이 부분은 주로 선거운영의 미숙함과 연결된다. 이 부분은 정말로 기술적(technic)인 부분인데 학교마다 선거운영에 관련된 회칙은 다 다르니 추상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해보자. 왜 선거운영의 미숙함이 발생할까? 답은 간단하게 나올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회에게 선거운영은 '생소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운영되는 기간 중에 비교적 여러 차례 시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해볼 수 있는 각종 형태의 사업들(ex. 강연사업, 간식사업 등)과는 달리 선거는 한 학생회가 단 한 번 치루는 사업이다. 그러니 익숙해지거나 요령이 생기길 기대하기는 무리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1년이라는 기간이다. 선거를 한 번 치르고 나면 1년 동안은 선거를 진행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바로 이 1년이라는 기간은 지난 선거의 기억들을 흐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막상 선거 준비 기간에 닥쳐서 선거에서 어떤 점들이 문제로 제기되었는지, 선거를 운영할 때 어떤 것이 좋은 모범사례인지 등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기억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특히 선거운영은 허겁지겁 바쁘게 움직이는 일들의 연속이고 그러다보니 문제점들을 정리하여 아카이빙을 할 여력도 부족하다. 특히 선거를 마치고 나면 학생회 구성원들은 이제 학생회 활동으로부터 떠난다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더더욱 선거에 대한 인수인계는 소홀히 되기 쉽다. 결국 대부분의 학생회들이 백지부터 새로운 글을 써내려가는 마음으로 선거 운영에 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상황과 조건에 따라, 집행부에 학생사회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선거 운영이 복불복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다면 집행부 내외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선거무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정책 패키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학생회의 모든 문제들이 사실 이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문제들을 이루고 있는 측면들이 워낙 복합적이기에 하나의 단순하고 명쾌한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완화시킬해답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먼저 첫째로 선거와 관련된 학우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공론장의 형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우들의 무관심은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조건의 영향 아래 자라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회가 소통에 둔감하다고 여겨진다면 이는 무관심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혹자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집행부는 집행부 회의도 공개해놓고 오프라인 공청회도 여는데요? 여기에는 주로 두 가지의 맹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오프라인 의견수렴에는 오늘날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바쁘다. 학생들마다 각기 다른 과외 및 알바 일정, 동아리 일정, 각종 활동 일정들을 고려하는 가운데 가장 참여율이 높은 날짜와 시간대와 장소를 콕 집어서 오프라인 회의를 잡기란 쉽지가 않다. 결국 온라인 의견수렴의 장이 병행이 되어야만 한다


둘째로 모든 의견수렴은 백지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거시적인 주제나 큰 틀만 잡아놓고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 학생들에게 묻는 것은 사실 전혀 의미가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은 사업의 구체적인 기획에 투여되는 수고로움을 학생들에게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연히 아무도 그런 불분명하고 무엇을 답해야할지 모르겠는 열린 질문에 답변하는 수고로움은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학생회가 준비하는 사업들의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방안들을 놓고 이것이 좋은지 아닌지, 안 좋다면 어디가 안 좋은지를 두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인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때는 구체적인 방안이 응답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짚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번 선거에서는 홍보물 매수에 제한을 둘 건데요. 이것은 입후보자들의 소득수준의 차이가 곧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그렇다면 애당초 선거공영기금을 마련해서 그 안에서만 선거운동에 필요한 돈을 쓰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학생들에게 백지를 내놓고 채우라는 식의 의견수렴은 의견수렴이 아니라 귀찮은 과제를 하나 더 내주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비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론장을 형성하는데 주력하되 그만큼 선거운영의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서 학생회가 준비를 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찬반의 양론이 나뉘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토론 끝에 완성되어가는 선거 과정을 만들어진다면 적어도 차게 식었던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릴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도 기록이 정말 중요하다


문제는 그러면 어떻게 구체적인 선거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것은 아카이빙과 평가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론(正論)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이를 평가로 남겨두어야 한다. 특히 속기록의 형태로 구구절절이 길게 문건을 남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 상황들과 그에 대한 학생회의 대응을 중심으로 요약된 자료가 필요하다. 이런 자료들이 남아있어야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도 학생회가 선거를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지반이 마련이 된다. 특히 과거 한 차례 발생했던 문제가 몇 년이 지나서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학생회는 아카이빙 자료들을 바탕으로 학생들 내지는 선본과 선거운영방식을 토론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들을 구성할 수 있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카이빙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이번 선거운영 방법은 이러저러하게 구성했습니다.”라는 분명한 시작점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를 준비할 모든 학생회장들을 응원하며


선거무산만큼 학생회를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없다. 특히 이런 문제가 2010년대를 지나면서 더더욱 불거졌다는 점은 학생회가 위기에 처했다는 징후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학생회의 존립 자체를 포기하는 쉬운 답을 택함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발밑에 존재하는 사실들로부터 구해질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참고할만한 기록도 자료도 선배도 찾을 수가 없다면 최소한 우리부터라도 그 사실들을 남겨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향해 전진했고 얼마만큼 성공했는지, 얼마만큼 실패했는지를 기록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 기록들을 나침반 삼아 항해할 뒤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또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각주:3]


By 미미





  1. 혹은 단과대학처럼 여러 개의 학생단위가 모여서 이룬 단위의 경우에는 개별 단위의 대표자들의 연석회의체가 비대위가 되기도 한다. [본문으로]
  2. 물론 학생회 집행부가 하는 꼴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학생회에 대한 기대감이나 신뢰가 뚝 떨어진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오로지 이 부분이 문제라면 오히려 학생회를 바로잡기 위해 출마하는 학생들의 경우를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더 큰 차원에서 학생회장이 되기 싫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본문으로]
  3.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최악을 향하여(Worstward ho)』 중에서 [본문으로]



2017년 09월 12일 이슈페이퍼(제4호).pdf



새로운 한 학기를 시작하는 초입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시는 경제적 이유로 학습권을 박탈당하고,


심지어는 생명까지 버리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고등교육 정책에서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9월 첫 이슈 페이퍼를 시작합니다.




목차



- 주요 뉴스


1. 전남 장성 모녀 등록금 등 경제 사정 비관 자살 사건(08/29) 


2. 교육부, 2018년도 고등교육 분야 예산안 발표... 0.2% 증액에 그쳐(09/05) 


3.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입학금 폐지와 재정지원방안 연계하여 전향적 검토키로... 등록금 자율인상 요구(09/09)

 

4. 대학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필요성에 의문 제기(09/03)

 

5.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하위대학 2차 이행 점검 마무리, 25개 대학[각주:1] 재정지원제한(09/04) 


6. 끝나지 않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논란... 11일 인사청문회


7.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 특혜 해외 연수 논란(09/06)


8. 청주대학교 비행교육원 성추행 폭로(09/05) 


● 폐교대학 학생들, “불안해 잠도 못 자”(09/03, 한국대학신문)



- 투쟁 현장 


1. 서울중앙지법, 서울대학교 점거 관련 학생 징계 조치 효력 중단 가처분 인용(09/05)


2.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 교육대학교 릴레이 동맹휴업 돌입(09/06)


3. 고용노동부, '조교, 근로자 인정' 지도감독 방침(09/07)

  1. 1.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당시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중 25개교에 교육부에서 올해 추가로 평가를 진행한 1개교가 합쳐져서 총 제한 대학 수는 26개 대학이 맞습니다. 다만 목차에서는 연합뉴스의 기사 제목에서 언급된 '25개'를 따랐습니다. [본문으로]


살아남아라! 학생회!

Ep.2 “운동을 떠난 학생회는 불가능할까?” 어느 방랑자의 고백


나는 소수의 인원을 갈아 넣고 고통에 빠트려서라도 

학생회가 존속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 《살아남아라! 학생회!》 Ep.1 "왜 살려야 할까?" 중에서

 

들어가며


 이제 학교가 지겹다. 아니, 정확히는 학생사회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겹다. 그런데 그만둘 수 없다. 이유는 모른다. 입학하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그 전해에 구성되지 못한 학생회 선거를 뛰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아주 약간의 의심만 있었더라도, 아니 왜 학생회장이 안 뽑혔는지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5년이란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쓸 수 있었을 텐데, 19살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이제 더 이상 우러러 볼 선배가 없는 5학년이 되었고, 술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서 건강도 망가졌다. 이룬 것은 없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많이 흘러버렸다.

 

  이전 글에서 포포는 “소수의 인원을 갈아 넣고 고통에 빠트려서라도 학생회가 존속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왜 학생회를 살려야 하는가?’ 그러나 나는 그 앞의 전제조건에 대한 고민을 던져보려 한다. ‘운동을 떠난 학생회는 불가능한가? 그리고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학생회가 아니어도 우리의 운동은 계속될 수 있고, 계속되어만 한다고.

 

  만약 당신이 속한 학교에서, 당신의 공동체(단대, 학과 등)에서 당신이 속한 모임(조직)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 이 글을 가볍게 스킵하기 바란다. 이 글은 학생회의 재생산조차 해내지 못한 어느 방랑자가 학생회를 떠나서 고군분투한 기록이다.


학생회가 운동 그 자체인 시대는 지났다


비록 선배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학생회지만 학생운동의 헤게모니가 사라진 지금

운동으로서 '학생회'라는 양식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입학하자마자 학생회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동기들로부터 ‘너 운동권이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운동권이었고, 그 정체화에 약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운동권이며 내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최근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 학생회의 주류들은 달랐다. 비슷한 질문에 그들의 답변은 ‘부정’ 또는 ‘요즘 세상에 그런 도식은 무의미하다’는 등...의 모호함으로 일관했다.

 

 이 연재를 시작하며 ‘본래 학생회는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으로서 학원민주화운동과 함께 시작된 단체입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학생회는 태생적으로 ‘운동적’ 요소가 있음에도 요즘 보면 ‘우리 운동권 학생회에요~’라며 당당히 말하는 학생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단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 속한 대학의 총학생회는 분명 운동권임에도 본인들은 운동권 총학생회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실제로 내가 속한 모임의 새내기가 총학생회장과 밥을 먹으며 ‘듣기로 이번 총학생회 운동권이라던데...’라고 얘기를 꺼내자 그 총학생회장이 양손을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학생회의 지속적인 수권을 위해서 위에 언급한 운동권 부정과 모호한 입장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동권은 학생회 수권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내기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재 스스로의 공간에서 마주치고 있는 학생대중의 뿌리 깊은 운동 혐오 정서를 돌파해낼 수 없다면, 왜 꼭 축제기획, 민원처리 등으로 활동가들의 역량을 소모해가면서까지 학생회 수권에 목을 매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10학번이 아직까지 군대도 못가고 학생회에 남아서 집행부를 하고, 07학번이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와서도 학생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들의 ‘헌신’에 진심으로 감탄하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학생회를 수권해야 하나?’ 묻고 싶다.


우리의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는 필요하다?

 

학생회를 할 수록 늘어나는 건 희망이 아니라 뱃살이다(...)


우리 모임은 ‘학생회’의 재생산에 실패했다. 별 탈 없이 무난하게 2년간 잘 했음에도 그렇다. 학생회 재생산에 실패한 후 우리 모임은 학생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했고, 학교에 홀로 남은 나는 학생회는커녕 당장 모임의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선배들이 원망스러웠다. 왜 학생회를 해가지고...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러나 누구나 주지하고 있듯이 학생회는 망하고 있고, 그 ‘망함’의 형태는 사람이 안 모이고, 유의미한 의제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달력사업[각주:1]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 학생회를 통해서 학생대중과 호흡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학생대중은 운동적인 의제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아니 조금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야유를 보낸다. 학생회를 찾아와서 함께 하고자 하는 집행부들은 어찌어찌 구해진다 할지라도, 당장 우리 집행부들을 조직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 아닌가? 집행부조차 해당 학생회의 운동적 가치나 미래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학생대중을 만나겠다고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학생회는 바쁘다. 임기 시작하자마자 중앙단위는 등록금심의로 바쁘고, 산하 단위들은 새로배움터 준비로 바쁘다. 이뿐인가? 축제, 농활, 개강, 종강, 전학대회, 확대간부수련회 등 학생회의 명맥이 유지되는 이상 포기할 수 없는 ‘관례적인’ 사업들이 많다. 운동적으로 유의미한 실천을 하고자 하는 학생회 관계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앞서 언급한 사업들을 위해서 소모되고 있다. 저 사업들을 통해 약간의 운동적 가치를 전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운동적 가치는 전혀 없거나, 그 아주 약간의 운동적 가치에 조소를 보내는 학우들을 접하게 된다. 이쯤 되면 다시 물어봐야 한다. 정말로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 학생회가 필요한 것인지. 학생회를 통해서 단순하게 지인이나 관계자를 많이 만드는 것을 넘어선 조직의 재생산이 가능은 한 건지 다시 물어봐야 한다.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는 활동가들을 관례적인 사업에 투입함으로써 그들의 운동적 실천이나 역량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1994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민중가요와 몸짓은 '이상한 문화'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는 남들보다 조금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다. 17살부터 시작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내 자그마한 헌신은 그만큼 일찍 지치게 했다. 19살, 동기 새내기들은 수습집행부를 할 때 나는 새내기지만 국장을 맡았고, 20살엔 속한 모임에서 사실상 리더가 되었다. 21살엔 학생회내 모 특위 위원장이 되었고. 나는 지쳤고, 도망치고 싶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는 응당 많은 로망을 가지고 대학생활의 첫발을 내딛는다. 미팅을 꿈꾸기도 하고, 선배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선배 밥 사주세요~^^’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도 싶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는 날엔 공기 좋은 공원에 가서 낮술도 하고, 공강 날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도 싶다. 그런데, 학생회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것이 사치다. 크게는 세상의 진전, 적게는 학생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 끊임없는 ‘자기희생’이 강요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학생회는 학생대중과 호흡하며 그들을 조직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해에 학생회를 함께하자며 나보다 6학번 위인 선배가 내게 해준 말이다. 물론 나는 그 선배가 속한 조직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와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 말은 꽤 오랜 시간 내가 학생회에 자발적으로 나를 갈아 넣을 동력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딱 2년이었다. 2년 동안 학생회에 나를 갈아 넣고 나니 같은 모임의 선배들이 모두 학교를 졸업했고, 내게 남은 건 3학년이지만 여전히 모임의 막내라는 난센스와 학교에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이었다.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는 필요하다고 한 선배들은 떠났고, 동지는 간데없고 홀로 깃발만 지키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고난의 행군, 황무지 개간 그리고 수확

 

 27개월. 학교에 혼자 남은 1인 모임 상황에서 새로운 신입이 들어올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대자보를 붙이고 각종 연서명에 함께했다. 심지어는 외국에 교환학생을 가 있는 동안에도 외국에서 대자보를 작성해 과 후배를 동원해 인쇄랑 부착까지 부탁했다. 그렇게까지 하다 보니 이제 어느덧 15명이나 되었다.  

 

  학생회를 버리고 난 운동은 분명 고통스러웠다. A1 사이즈로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던 대자보의 사이즈가 A3까지 줄어들었고, 한 건물에도 두어 장씩 붙이던 대자보를 한 건물에 한 장씩 붙이는 것도 참 부담스러워졌다. 컬러로 포스터 뽑을 돈이 없어서 애초부터 포토샵으로 흑과 백 두 색으로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자유로웠다. 그놈의 ‘학생대중’이 두려워서 쓰지 못했던 성명서도 맘껏 쓸 수 있었고, 그 어떤 운동적 의미도 찾을 수 없던 축제의 연예인 섭외나 시험기간 간식 사업 등에 우리의 역량을 소모하지 않았어도 되었다.

 

  ‘이게 전망이 있나?’라는 의심도 있었지만, 사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나의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홀로 이 운동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우리 모임의 존재를 알려내고, 남들이 말하지 않는 공동체 내의 불편함을 공론화하고, 우리 모임의 목소리와 함께 해주는 이들을 확보해나가는 것만이 척박한 토양의 학교에서 생존해나가기 위한 최소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처음엔 이 길이 맞나 싶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멜로디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 이쯤 되면 그만둬야지 싶을 때가 돼서야 신입이 들어왔다. 그 신입과 함께 또 다른 사업을 벌이고, 그 사업을 통해서 또 다른 신입이 들어오고, 그 과정을 몇 번을 반복하다보니 이젠 15명이 우리 모임과 함께하고 있다.

 

운동을 버리고, 학생회를 살려라

 

운동은 새로운 플랫폼을 찾고 학생회는 학생회 고유의 가치를 찾자


  앞의 많은 내용에서 본인은 학생회를 버려야 운동이 살아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운동의 재생산을 위해서 학생회 수권이 필요하다던 지난 세월동안 이어져왔던 전술이 이미 실효했으며, 오히려 학생회 운영에 수반되는 달력사업으로 인해 우리 운동의 역량을 갉아먹고 있기에, 학생회라는 껍데기를 버리는 것이 우리 운동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반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학생회’를 살리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말이다. 사실 답은 나왔다. ‘운동’을 버리면 학생회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대학사회에서 흥행하고 있는 동아리나 소모임을 보면 대게 일치되고 있는 2가지 특징이 있다. 밴드부나 축구동아리처럼 ‘즐거움’이 있거나, 취업동아리나 브랜드 서포터즈처럼 ‘스펙’이 되는 공동체들은 이 척박한 상황에서도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학생회가 왜 즐거움이 사라지고 스펙이 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보면 대게 학생회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운동적’ 색채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학생회가 운동적 정체성을 지우려는 시도 또는 감추려는 시도는 이미 다양한 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많은 학생회도 이를 인지하고 수습 집행부 모집 공고나 홍보에 있어서 운동의 색채를 지우고 ‘선배와의 돈독한 관계’를 얘기하거나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놀기도 잘 논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회들이 스스로가 운동권이라는 점을 부인하거나, 실제 운동권이 아닌 이들이 학생회를 수권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원대나 동국대의 사례처럼 학생회가 ‘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어용’에 가깝다는 본인의 주관적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분명 우리는 운동을 떠난 학생회 조직들이 ‘어용’으로 전락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학생회가 운동을 버리고, 운동이 학생회를 버리라는 얘기가 곧 운동과 학생사회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학생사회와 학생회는 다르고, 학생회를 떠나도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학생회 조직들이 ‘어용’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바로 그 때가 운동을 필요로 하는 시기다. 실제 수원대의 경우 자생적으로 생겨난 ‘수원대학교 프리미디어’라는 자치언론이 지속적으로 학생회를 견제하다 올해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이 출범하여 ‘총장 비리’를 비롯한 학내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치며. 학생회를 버리고 광야로 나가자

 

  나는 2017년의 학생회가 이제 더 이상 운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학생회 수권이 핵심 활동가들에게 좋은 경력으로 남을 수는 있겠지만, 어디 운동이 ‘스펙 쌓기’던가... 운동을 지향하는 학생조직들이 지난 세월 ‘학생회 수권’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만큼 우리의 운동이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요즘 우리의 대학에서 운동적인 의제를 던지고 확산시키는 주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주체들이 학생회던가?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동적 의제를 던지고 그 의제를 위해서 헌신하는 이들은 대게 학생회보다는 운동 조직, 학회, 내지는 소모임들이다. 여성주의 소모임들이 지난 몇 년간 대학 내 확산시킨 여성주의 의제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운동을 떠난 학생회는 위험할지도 모른다. 등록금심의나 공간,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교와의 충돌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운동을 떠난 학생회가 제 역할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제 역할도 잘 못하는 학생회는 학생대중의 판단에 따라서 재생산에 실패하여 도태되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운동권이라면 딱 한 가지만 기억하기를 바란다. 학생회를 버리고, 우리의 운동을 살리자. 학생회가 잘못 가고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학생사회를,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니는 학우들을 믿자. 우리가 학생회와 함께하지 않아도 우리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주는 학우들이 있을 것이고, 학생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면 우리의 운동을 통해 학생회의 기조를 바꿔 낼수도 있다.

 

  학생회를 버리면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홍보비라는 명목으로 학생회비로 뽑아내던 포스터도, 아주 가끔 붙이는 대자보의 인쇄비용도, 24시간 우리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하던 학생회실도, 수습집행부를 모집하면 꼬박꼬박 들어오던 새내기들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학생회를 버리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운동적 실천에 앞장설 수 있다. 박근혜가 싫으면 박근혜가 싫다고 대자보를 붙이고, 문재인의 정책이 싫으면 싫다고 성명서를 내고,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가고, 그 무엇이든 연예인을 초청하는 축제 업무에 치이는 것보다는 유의미한 실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운동과는 괴리된 집행부가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미래와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동지’들이 만들어지고, 또 다시 그들과 유의미한 실천들이 가능해지진 않을까?

 

  우리 이제 운동을 떠난 학생회, 학생회를 떠난 운동권을 상상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우리의 학생회를, 우리의 운동을


by 미네노

  1. 달력사업: 새터, 등심위, 농활, 축제 등 학생회가 관례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을 표현하는 은어 [본문으로]

살아남아라! 학생회! Ep.1 "왜 살려야 할까?" 어느 학생회장의 의심 



어느 반 학생회장의 고민


"너 후임 학생회장 안 할래?" "안 할래요." "..."


  이번 여름, 선배를 찾아서 부단히도 돌아다녔다. 반 학생회장 임기를 석 달 남기고 차기 출마의 싹수가 보이는 후배가 전무하여 고심하던 시기였다. 학생정치조직에 몸담았던 선배부터 지금은 대학원에 진학한 전임 학생회장 선배, 타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선배까지 두루 만났다. 그들이라면 정답을 알려줄 것 같았다. 왜 학생회가 유지되어야 하는지, 언제쯤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내 앞에 펼쳐질 전망이 무엇인지. 하지만 당연하게도 잘 정리된 정답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내가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내 고민은 어떻게학생회를 살리느냐, 그 방법론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대체 학생회를 살려야 하는지에 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갈려나가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로 학생회를 살려야하는 명분이 강력하다면 학생회 재건 방법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나조차 학생회가 왜 필요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뭐라고 답할지 곤란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니, 근본적 회의가 필요했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학생회야


   사실 우리는 모든 답을 알고 있다. 왜 학생들이 안 모이고 왜 사업이 실패하는지, 왜 학생회로 역량이 모이지 않는지 다 알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대학생은 바쁘다. 학점, 알바, 동아리, 스펙, 고시 준비로 뿔뿔이 일터와 도서관에 흩어져 있다. 과방에 짱박혀서 호족 노릇하던 고학번 선배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구는 이것을 경쟁사회의 일면이라 부르고 다른 이는 낭만의 상실이라 하고 어떤 이는 신자유주의적 파편화라 한다. 지칭하는 기표는 다르지만 다 똑같은 것을 가리킨다. 취업난과 생활고, 20대의 생존은 너무도 힘들다.


   이 가운데 학생회는 조직 성격상 당면 과제가 주어지지 않는 한 존재감 자체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입학과 동시에 학생회원이라는 귀속지위가 주어지니, 정당이나 정치단체, 노동조합에 비해 조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수 (예비) 엘리트 계층을 상징하던 과거 대학생의 사회적 신분과 달리, 지금처럼 대학 진학률이 높은 상황에서 대학생은 그리 특별한 계층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명시적으로는) 독재 타도와 민주화 쟁취를 이뤄낸 지금, 학생회의 일상적 조직 기능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 즉 엘리트라 불리기도 멋쩍은 대학생들이, 반독재 투쟁 등 사회적 직무도 없는 마당에, 투쟁기구도 아닌 학생회를 어떻게, 그것보다 왜 유지시켜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학생회 모델이 일명 복지학생회다. 이 학생회 모델은 학생회를 학생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직으로 보고, 학내 복지, 거버넌스 조금 더 확장하자면 한국의 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이슈파이팅을 하고 학우들을 조직한다. 하지만 권리를 찾아오겠다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많은 경우 학교 행정에 학생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환경개선협의회의 보직 교수들은 힘들다, 어렵다는 말만 늘어놓으며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학내 주요 의사결정 기구에 학생들은 겨우 참관권이나 아주 일부의 의결권만을 가진다. 교육권리의제 역시 학우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학우 파편화가 또 문제다. 성과가 뒤처지니 학생회는 또 위기를 맞는다.


  이렇듯 학우 대중이 텅 빈 집단이 되고, 의제를 중심으로 학생회의 역량을 모으는데 큰 비용이 드는 현재, 학생회의 정당성과 존재 의미는 옅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회는 학우들과 괴리되어 있고 집행부 하는 사람들은 학생회 하는 사람들이라고 명명되어 타자화 된다. 이제 학생회는 학생회장과 집행부뿐 아니라 학생회원 전원과 그 의사결정 구조를 모두 포괄한다는 선언적 수사가 지겨울 정도다. 학내 투쟁기이거나 투표율 50%를 끌어 모아야하는 선거 기간이 아닌 이상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에 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천 번 흔들리면 어지럽다


천 번을 흔들리면 그냥 사람들이 짜증나서 떠난다


  대학생이 살아남기 어렵다보니 학우가 안 모인다. 이 점은 학생회를 운영할 때 생기는 애로상황 대부분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강연사업을 굴려도 사람이 오지 않아요. 개강총회에 사람들이 안 와요. 정족수가 안 차요. 등등대중 동원이 어렵다보니 2, 3차 문제들도 생긴다. 학우들의 지지를 힘입어 전개되는 교육 투쟁이든, 학생회 공약사업이든, 학생들이 모이지 않으니 기획한 입장에선 야속하기만 하다. 이렇게 학생회에 데인 사람들은 집행부를 떠나고, 빈약해진 기획과 미미한 성과에 학우들은 또 등을 돌리고, 잘 해도 욕을 먹고 못 해도 욕을 먹고 더 많은 경우 아무런 피드백도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떠한 성장도 성취도 손에 넣지 못 한 채 학생회를 떠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렇게 학생회를 하기 힘들다보니, 집행부원들은 누굴 위한 사업을 굴리고 누굴 위한 기조를 짜는지 회의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많은 경우 대중 사업의 참석자 대부분이 그것을 기획한 집행부,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며, 결국 사업은 집행부의 부흥회가 되고 만다. 교양 사업을 굴려서 오늘도 집행부의 지식은 향상되지만 대중적 합의지반을 만든 것 같진 않아 씁쓸하다.


근데 넌 왜 해?


  작년 겨울, 내가 학생회장 선거를 준비했을 때는 우연한 불행에 빠져 방치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학생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에게 직면한 문제를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공동체가 함께 대안을 모색하거나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수업 문제든 인권 문제든 혹은 좀 더 거대한 이야기든 개인이 해결하긴 어려우니까. 학생회가 의제도 생산하고 시스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일단 내 기층 단위가 상상된 공동체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 제일 먼저 부딪혔다. 반 사람들은 소속감도 없고 공동체에 대한 애착도 없었다. 집행부 친구들만 애쓰고 상처받았다. 우리가 잘못했나 싶은 생각도 했고 개선도 많이 하려 했다. 원래도 나이주의와 권위주의를 경계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더욱 조심했다. 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마음껏 했고 TF팀도 굴려서 참여 벽도 낮췄다. 근데 운영위원회든 회의든 사람들이 오질 않았다. 학생회가 무너진 것의 여파인지 뭔지, 학회도 같이 쓰러져갔다. 시스템을 만들고 의제를 굴려봐야 그것을 함께할 사람들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과/반 등 기층 단위 학생회의 경우 학생회장과 집행부원들이 학생회원들을 직접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일차적 신뢰 형성이 자치의 기본이다. 때문에 돈과 시간 등 가용 자원이 많고 진로에 관해 큰 걱정이 없거나 없어도 되는 처지의 사람들, 활동 증명서가 발급되는지 안 되는지, 스펙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불분명한 학생회 활동에 자신의 여유를 투자할 수 있는 사람 혹은 그것들을 희생시킬 결의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학생회를 한다. 그런데 사실, 그런 사람들은 얼마 없다. 따라서 소수의 사람들이 갈려나가게 되고, 특히 학생회장에게 가중되는 부담은 점점 심해진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잠수를 타거나, 임기 중에 다른 활동을 모색함으로써 자아를 찾으러 가거나, 모든 것을 꾹 참고 안고 가는 선택지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학생회장의 고단함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리고 대중 참여가 거의 없는 부흥회가 지겨운 사람들은 차마 다음 학생회를 꿈꿀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그렇게 학생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되거나 최소한의 기능만을 유지하는 형식 학생회만 남게 된다.


   근데 문제는 여기다. 그럼 학생회의 부재나 최소한의 학생회가 남은 것이 나쁘냐는 것이다. 사실 나는 소수의 인원을 갈아 넣고 고통에 빠트려서라도 학생회가 존속되어야할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투사도 아니고, 활동가도 아니며, 그저 함께 모여 무언가 해보고 싶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기획 회의 몇 번 잡고 밤새 준비해서 새맞이 행사를 잡아도 1학년들은 재미없을 것 같다며 단체로 따로 저녁 먹으러 가고, 그렇다고 사업에 잘 참여하자고 독려하면 꼰대 소리, 운동권 소리 들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앞서 밝혔듯이 우리 반에는 차기 학생회장으로 나갈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 비대위장 내지는 학회장을 맡아서, 차차기 학생회 재건의 기반을 다져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짓도 학생회의 기능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계속 고민해보겠지만, 학생회를 왜 굴려야 하냐는 질문은 너무 답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낼 줄 알았지?


훈훈하게 막 그렇게 끝낼 줄 알았지?


  뭐 그래도 몇 달 고민해보니 파편적으로나마 두 가지 잠정적 결론을 낼 수 있었다. 1) 단과대, 총학생회의 하위 기구로서, 학내 의제와 교육 투쟁의 힘을 싣기 위한 기층 조직으로서 과/반 학생회는 필요하다. 2) 적어도 기층 학생회만큼은, 실적과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서의 동반 성장 자체를 목적으로 할 수 있는, 이 사회에 얼마 남지 않은 공동체다. (혹은 그럴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결론도 얼마 안 가 깨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결론이 반드시 학생회 존속 내지는 부흥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어주지는 않는다. 이 질문들이 도전받는 그 순간, 또 다시 나는 데카르트마냥 회의의 심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사실 그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지는 그리 많지 않다. 학생회가 아닌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거나, 학생회의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후자의 경우 각자 자교의 역대 선거 홍보물을 보신다면 다 비슷비슷한 대안을 내놓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보면 사실 우리의 선배라고 해서 뾰족한 정답을 찾은 것 같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제 학생회 선거철도 슬슬 다가오고 하니 학생회를 어떻게살릴 것인지 고민하기에 앞서, 학생회를 굴리는 게 너무 힘든데도 살려야 하는지 한 번 고민해보자. 관성적으로 학생회장 세우느니, 각 잡고 마주앉아 왜 학생회를 해야 하는지 집행부원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도움 될 것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한 번쯤 거대한 전제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by 포포


안녕하세요, 8월 21일부터 27일까지의 뉴스를 모은 이슈 페이퍼 제3호를 발행합니다.


[대연넷] 이 주의 이슈 페이퍼-완.pdf



목차 


- 주요 뉴스 


1. 한중대, 대구외대 신입생 입학 중지 


2. 두원공대 갑질 논란 


3. 서울지역 대학가 원룸 월세 비용 상승 


4. 공주대학교 총장임용 사태 


5. 원광대 입학금 단계적 축소 선언 


6. 2015년 부실대학 제재 해제 


개강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방학은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학기는 11월 학생회 선거가 있습니다. 

때문에 학생회의 1년 사업 마무리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보람찬 2학기를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확실하게 합시다. 



2017년 08월 4주차 이슈페이퍼(제2호).pdf


8월 4주차 이슈페이퍼입니다.


후기 졸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개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방학 되셨나요?

다가올 2학기는 즐거운 일만 가득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차


주요 뉴스


서남대 폐교 위기 관련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행사에서 국립대 총장 선출 대학 자율권 보장 방침 발표(08/17)


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17일 총회에서 입학금 폐지와 입학전형료 인하 결정(08/17)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 8월 말 공개 예정(08/13)


전북 원광대 의대 교수 간 폭행사건(08/14)


문재인 정부 출범 100<한국대학신문> 특집 기사(08/17)

 

투쟁 현장


이화여자대학교 투쟁 1주기 <한겨레> 특집 기사(08/19)

170810-[자료집]국회토론회(발송용)-최종.pdf


지난 8월 10일에 있었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현황과 과제> 국회 토론회의 자료집입니다.


지난 이슈 페이퍼 1호에서 언급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아카이빙을 위해 최민석 준비위원장 페이스북에서 가져왔습니다.


현재는 필진을 이와 같이 모집하고 있지는 않으나, 저희 출범선언문에 준하는 글이어서 이후 저희 활동을 이해하시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대학모레'라는 가칭은 현재는 쓰이고 있지 않습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학모레(가칭)"에서 필진을 모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학모레(가칭, 이하 '대학연구네트워크')"을 준비하고 있는 최민석, 하인혜이시훈입니다.

지금의 대학에는 한편으로는 다종다양한 의제들이 분출하며 다양성의 요람이 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에 지녔던 자기-정의와 대학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담론, 그리고 격변기에 대응하는 과감한 상상이 극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차이는 마치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드는 수준에 와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저희는 이러한 대학에 있어 주체적인 논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학생 부문에 있어 급선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학생의 싱크탱크'를 목표로 하는 학생 주체들과 연구자들의 대학 연구 공동체를 만들고자 제안을 드립니다. 바로 이것이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학모레(가칭)'입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는 어떤 곳인가요?

대학연구네트워크는 '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지향합니다. 학생 사회에 직접 참여를 해온 분들, 대학의 여러 부문에서 경험과 연구를 통해 학생 사회를 위해 땀 흘려온 분들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는 ‘자유로운 공론장’을 지향합니다.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제한 수준을 적용하여 더욱 많은 이들이 대학의 미래를 논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고정 필진 간에도 의견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토론하며, 더욱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상에 부합하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는 ‘학생의 싱크탱크’를 지향합니다. 대학의 4주체라 불리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 중 학생은 짧은 재학기간과 학생회의 부족한 시간 등으로 인해 담론의 생산능력이 극히 제한됩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연구네트워크는 더 많은 학생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아낼 것입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는 무엇을 할 것인가요?

우선은 ‘팀블로그’ 형식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자유롭게 글을 쓰면서도 지속적으로 담론을 생산할 고정 필진을 두고 아이디를 부여합니다. 미등록 필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편집만을 거쳐 공론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별도의 개제 자격은 두지 않을 예정입니다(초기 필진을 제외한 이후의 고정 필진 등록에는 일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하게 될 계획입니다).

카테고리는 주요 주제로 “대학의 미래, 학생 자치의 미래, 국.공립대, 사립대, 비수도권 지역 대학” 등의 다섯 가지로 구분할 예정입니다만 내부 논의가 필요합니다.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서는 주요 주제 이하 소주제로 별도 구분하여 원활하게 논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입니다.

연 1~2회의 ‘대학포럼’을 열고자 합니다. 온라인 공론장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와 필진들과 학생들이 생생한 목소리로 토론하고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할 것입니다. 고정 필진들이 기획에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를 제안하고, 여러 학우들의 피드백으로 새로운 상상을 담아낼 것입니다.

필진은 무엇을 하게 되나요?

이번에 모집하는 필진께서는 대학연구네트워크의 출범을 함께 하시게 되며, 이를 위한 내부 논의 및 기획 작업에 함께 동참해주시게 됩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의 시작을 여러분의 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필요한 분야는 ‘여성/페미니즘과 대학’입니다. ‘대학 내 여성운동사’에 대해 다루실 수 있는 분이면 더욱 좋습니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90년대~2000년대 초반 대학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돌아보고, 이 돌아봄을 통해 미래의 현장으로서의 대학을 함께 고민할 분을 찾습니다.

또,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에 계신 분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미사여구가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나 시급한 지역대학의 현재를 반드시 우리가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함께 해주십시오.

이외에도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가 있으시면 꼭 응모해주십시오. 영화 <인터스텔라> 서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라고 주인공이 말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학생 사회는 위기가 아니라 소멸의 수순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와 재단의 막가파식 행정이 우리를 몰아세우지만, 본부와 일부 교수님의 행동이 우리를 상처 입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길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대학연구네트워크 대선 후보 정책 질의서(최종0417).pdf

170429 [답변] 대학연구 네트워크_정의당.pdf



지난 대선 당시 저희 대학연구네트워크(준)은 대선 후보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으며 이 중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만이 답변을 회신한 바가 있습니다.


추후 관련 업무에 종사하시는 개인이나 단체에 도움이 되고자 pdf 파일을 업로드하오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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